전대사는 우리의 모든 잠벌을 용서해주는 은총입니다. 이 간단한 한 줄을 이해하려면 우선 죄가 무엇인지, 죄의 결과가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죄를 지으면, 우리는 하느님과의 친교를 잃게 되고, 죄의 결과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죄를 지으면 두 가지 죄값을 치르게 됩니다. 첫 번째 죄값은 하느님에게 상처를 드리게 되고, 우리의 영원한 생명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건 영벌이라고 불립니다. 두 번째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쓸데없는 집착을 하게 됩니다. 이건 잠벌라고 불립니다. 그러니까 영벌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에 관련한 것이고, 잠벌은 피조물에 관련한 일시적인 벌입니다.
우리가 죄를 회개하고 고해성사를 보면, 고해성사의 은총으로 영벌은 용서받게 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 영벌의 죄값을 치러주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잠벌까지는 죄값을 치러주지 않으셨고, 우리가 스스로 잠벌의 죄값을 치르면서 정화를 거치도록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고해성사를 보면 신부님들은 우리가 스스로 죄값을 치를 수 있도록 보속을 주시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우리가 누군가의 지갑을 훔친다고 가정해봅시다. 하느님은 십계명에서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누군가의 지갑을 훔치는 행위는 중대한 죄입니다.
우리가 지갑을 훔친 다음에 반성도 안하고 고해성사도 안보면 영벌도 받고 잠벌도 받아서 영원한 생명도 잃고, 지갑 주인하고 원수가 되고, 재물에 대한 탐욕이 점점 많아져서 또 다른 도둑질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죄를 반성하고 고해성사를 보면 고해성사의 은총으로 영벌을 용서받아서 영원한 생명을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잠벌이 남았지요? 이 잠벌을 없애려면 지갑 주인한테 지갑하고 들어있던 돈을 모두 돌려주면서 재물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이 잠벌은 예수님이 대신 해주실 수 있는게 아니라, 죄를 지은 우리 스스로가 치러야 하는 죄값인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짓는 작고 큰 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보면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모든 죄들의 영벌을 용서받습니다. 하지만 뭐가 아직 남아있지요? 바로 잠벌이지요? 우리가 보통 고해하는 죄에 따라서 신부님들이 보속을 주시지만, 우리가 고해하지 않는 죄나 제대로 고해하지 않는 죄가 있어서 이런 보속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은 늘 기도와 자선과 단식을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만약에 우리가 살면서 보속행위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잠벌이 남아있는 상태로 죽으면 우리는 연옥에 가서 정화를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우리 교회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잠벌들을 용서받을 수 있는 대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이 대사는 잠벌을 모두 용서해주는지, 일부만 용서해주는지에 따라서 전대사와 부분 대사로 구분됩니다. 우리가 대사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일부만 충족하면 부분 대사를 받게 됩니다. 대사의 일반 조건은 은총의 지위에 있을 것, 모든 대죄와 소죄로부터 자유로울 것, 고해성사를 볼 것, 성체성사를 받을 것, 교황님의 기도 지향을 바칠 것 등입니다.
교회는 특별한 희년 (2016년 자비의 해, 2021년 성 요셉의 해)이나 특별한 필요 (2021년 코로나 판데믹), 특정 기간 (위령성월 11월 1일-8일)에 전대사를 선포합니다. 교회에서 전대사를 선포할 때는 전대사가 선포되는 이유에 맞게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특정한 행동 지침이 선포되는데, 대사의 일반 조건 외에 이 조건들도 충족해야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대사의 은총은, 기도하는 사람 스스로가 받기도 하지만, 죽은 영혼을 위해 대신 바쳐질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