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눈물 흘린 베드로, 연민의 눈물 흘리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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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이 2014년 공산 치하에서 숱한 고난을 겪은 알바니아의 노사제를 품에 안은 채

함께 울고 있다. 【CNS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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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82살 고령이다. 2년 전 폴란드

성모성지에서 발을 헛디디고 넘어져 주위 사람들의 가슴이 철렁했다.

【CNS 자료 사진】




소설가 최인호는 자신의 수호성인 베드로가 어떻게 으뜸 제자가 되어 교회 반석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성인에 대한 흉을 잔뜩 늘어놓은 적이 있다.

“유식하지도 않았으며 가난한 어부에, 이미 결혼하여 아내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은 덤벙대며 변덕이 심하고 무엇보다 주님의 인정을 받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잡아떼던 겁쟁이인 데다….”(묵상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

그의 말마따나 사도 베드로는 흠결이 많았다. 그럼에도 주님에게서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6)라는 명령과 함께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았다. 소설가는 묵상 중에 두 가지 답을 찾았다. 하나는 다른 제자들보다 뜨거운 열정이다. 다른 하나는 주님께 불충했던 잘못을 뉘우치며 흘린 눈물이다.

베드로의 인간적 나약함은 성경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 주님의 ‘오른팔’이었음에도 스승의 지상 마지막 사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르 9,22)라는 꾸짖음을 들었다. 또 “주님과 함께라면 죽을 준비도 돼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결정적 순간에는 다른 제자들처럼 줄행랑을 치고 몸을 숨겼다.

반전은 예수가 끌려가 신문을 받은 가야파 관저에서 일어났다. 베드로는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한 죄를 통절히 뉘우치고 슬프게 울었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주님 말씀이 생각나서 울기 시작했다.”(마르 14,72)

베드로가 남달랐던 점은 두려움 속에서도, 또 죄의식에 시달리면서도 주님 곁에 끝까지 머문 것이다. 이로써 눈물의 회개가 가능했다. 이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뒤 사도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교회에서 지도자로 우뚝 섰다. 

사도단의 으뜸 베드로의 권위와 책임을 이어받은 이가 로마의 주교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2살 고령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베드로의 후계자’ 직무를 수행한다. 쇄신과 개혁을 기치로 교회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 또 세상을 향해 교회 문을 더 활짝 열었다. 재임 5년 동안 30개국을 누비면서 교회와 세상 간에 만남의 다리를 놓았다. 특히 교회로 하여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한층 깊은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야전병원 같은 교회”, “양 냄새 나는 목자”,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는 폐쇄적 교회보다는 시달리고, 상처받고, 더럽혀지는 위험을 무릅쓰는 교회”, “변방으로 가라” 같은 혁신적 구호에 그러한 정신이 담겨 있다. 타 종교인들도 교황 특유의 열린 마음과 권위를 내려놓은 겸손한 태도에 환호한다.

하지만 교황도 베드로처럼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육체적, 영적인 약함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2년 전 폴란드 사목방문 때 야나스나고라 성모성지에서 넘어진 적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로를 들고 제단으로 가다 발을 헛디뎠다. 교황은 부축을 받고 일어나 다시 향로를 들었다. 다리에 힘이 좀 있었더라면 넘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목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내에서 한 수행 기자가 그날 넘어진 것 괜찮으냐고 묻자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가다가 계단이 있는 걸 깜빡했다. 그럴 때는 차라리 고꾸라지는 게 낫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면 더 다친다”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눈물을 보일 때도 더러 있다. 물론 베드로가 흘린 뉘우침의 눈물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느님께 죄를 짓는 예루살렘 백성 때문에 그리스도가 흘린 눈물에 가깝다. 대부분은 “우는 이들과 함께 우는”(로마 12,15) 연민의 눈물이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날아가 짐짝처럼 수용된 난민들을 만났을 때 울었다. 교황은 “(레스보스 섬에서) 하느님이 내가 많이 울도록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알바니아 공산 치하에서 28년간 옥고를 치른 84살 신부의 신앙 고백을 들을 때도 울었다. 안경을 벗어 손에 쥔 채 노사제를 껴안고 말없이 우는 모습은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거리를 떠돌다 구조된 필리핀 소녀가 “하느님은 왜 이런 불행을 허락하셨는지 모르겠다”며 울면서 그 이유를 물었을 때도 눈물을 글썽였다. 교황은 “인간의 드라마틱한 상황을 접하면 슬플 때가 많다”며 희소병을 앓는 어린이와 재소자를 만날 때가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제 성범죄 피해자들과 만나 여러 번 울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비공개로 이뤄진다. 그 만남에 대해 부득이 언급해야 할 상황이면 늘 “함께 울었다”고만 말한다.

교황은 베드로처럼 주님께 ‘저항’하고, 곧바로 후회할 때가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하루를 마치면) 비록 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저를 감싸는 물결처럼 저를 이끄시는 힘이 있었음을 깨달을 때 위로를 느낍니다. … 저의 저항이 승리하는 순간마다 슬픔 속에서 용서를 청합니다.”(2016년 예수회 총회 참석자들과의 대화 중)

교황도 우리와 똑같이 근심이 많다. 스트레스도 받는다. 신자 수 13억에 달하는 지구 상의 최대 단일 조직 가톨릭교회를 이끄는 지도자에게 근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더구나 교황청 개혁과 교회 정신의 근본적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터라 난관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로마에서 개혁하는 것은 이집트 스핑크스를 칫솔로 청소하는 것과 같다”고 한 어느 대주교의 말을 인용해 개혁 피로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만큼 인내와 헌신,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일 게다. 개혁에 진통이 따르는 건 당연하지만, 뜻을 달리하는 내부 목소리가 버젓이 매스컴을 타고 회자될 때는 이따금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교황에게는 걱정이 태산 같아도 숙면을 취하는 비법(?)이 있다. 고민거리를 적은 쪽지를 침대 옆 탁자에 있는 ‘잠자는 요셉 상’ 밑에 밀어 넣고 “이 문제들을 꿈속에서 해결해 주십시오” 청하고 잠든다고 한다. 문제를 맡겨 드리는 이 기도 방법은 성경에 근거한다. “요셉이 그렇게 (잉태한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마태 1,20-24)

그럼에도 교황은 우리에게 매번 기도를 요청한다. 주일 정오 삼종기도 훈화의 마지막 말은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 잊지 마세요”라는 부탁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교황 주일(Papal Sunday)

예수 그리스도를 대리해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와 교황에 대한 신자들의 일치를 다짐하기 위해 특별히 제정된 날이다. 한국 교회는 1930년경부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 다음에 오는 주일을 교황 주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날 미사 때 특별헌금을 한다. 이 헌금은 교황청에 보내져 세계 각지의 어려운 형제들과 교회를 돕는 자선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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