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성주간 / 교황청의 보호를 받던 그 곡, 알레그리(Allegri)의 미제레레(" Miser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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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보호를 받던 그 곡,
알레그리(Allegri)의 미제레레(“Miserere”)

                                       

"미제레레"는 1630년대 알레그리가 교황청 성가대의 작곡가로 재임하던 시절, 시스티나 성당의 테네브레 의식의 일부로 부르기 위해 작곡하였다. 테네브레(Tenebrae)는 성(聖)주간(부활절 주간)의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3일간 저녁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초를 하나씩 꺼나가서 완전한 어둠 속에서 기도를 마치는 의식을 말하는데, 이 의식의 마지막에 “미제레레”가 연주되며 “미제레레”가 불리는 동안 교황이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림으로써 의식의 절정을 이루었다.

로마 교황청의 철통 같은 보호를 받은 "미제레레"

다섯 성부와 네 성부로 이루어진 2개의 합창단이 “미제레레”의 가사가 되는 시편 51장의 텍스트를 번갈아 부르는 형식으로 된 알레그리의 이 곡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선율 진행으로 연주되자마자 인기를 얻었고 교황청의 엄격한 보호령으로 인해 시스티나 성당 이외의 어느 곳에서도 불리어서는 안 되며 필사나 악보 유출도 금지되었다. (ø 교황청의 이 보호령을 어기면 파문에 처해진다고는 하나, 실제로 파문을 당한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70년까지 세 가지 승인 받은 판본이 있었으니, 하나는 포르투갈의 왕이, 또 다른 하나는 작곡가이자 이론가인 파드레 마르티니(Padre Martini)가, 세 번째는 비엔나 왕실 도서관이 보관하고 있었다.

"미제레레"를 받아쓴 신동 모차르트의 신화 

그러나 수십 년간 엄격한 보호를 받았다고 알려졌음에도 이미 승인 받지 않은 여러 가지 판본이 교황청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18세기 후반에는 모차르트의 손에 의해서도 또 한번 ‘유출’된 바 있다. 13세의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트와 잘츠부르크를 떠나 이태리 여행에 나섰고 1770년 4월 마침 부활절 기간에 로마에 도착한 모차르트는 성 베드로 성당을 방문하여 수요일 테네브레에 참석했고 시스티나 성당에서 그 유명한 “미제레레”를 듣게 되었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온 모차르트는 기억 속의 “미제레레”를 악보로 옮기기 시작했고, 이틀 뒤 부활절 금요일에 자신의 모자 안에 악보를 숨겨 다시 시스티나 성당으로 가서 한번 더 “미제레레”를 들은 후 자신의 사소한 몇 가지 오류를 정정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ø모차르트가 악보를 받아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자에 악보를 숨겨 재방문했다는 등의 디테일은 후대에 덧붙여진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불행히도 1770년의 연주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이 모차르트 판본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고, 모차르트 자신의 “미제레레”만 남아있다.(K.85)

 

130여년 만에 교황청을 벗어난 "미제레레"

또한 비슷한 시기에 당대의 저명한 전기작가이자 음악사가인 영국의 찰스 버니(Charles Burney) 가 여러 가지 자료 수집을 위해 이태리를 여행했고 그 과정에서 모차르트와 파드레 마르티니를 만났다고 전해진다. 어떤 만남이었는지, 어떤 경로로 자료를 수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771년 말 버니는 영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시스티나 성당에서 성주간을 기리는 음악을 수집한 모음집을 출판했는데 여기엔 팔레스트리나, 바즈, 그리고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때 이후 “미제레레”는 영국과 라이프치히, 파리, 로마 등에서 여러 차례 재인쇄됨으로써 교황청의 “미제레레” 독점은 사실상 끝나게 된다.

 

오늘날 흔히 알고 있는 하이 C로 높이 치솟는 신비로운 소프라노 파트가 인상적인 “미제레레”는 후대에 여러 사람들이 필사를 하면서 덧붙이고 합치고 변형시킨 결과이기에 알레그리가 남긴 원형을 바탕으로 한 당시의 연주 양식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당시는 다성음악의 장식 테크닉 등을 비롯한 연주의 방식이 악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했기에 교황청 성가대가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어떻게 불렀을지에 대한 호기심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연주자와 음악학자들의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더 식스틴의 '하이브리드' "미제레레"

더 식스틴이 이번에 부르는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는 이 곡의 텍스트인 시편 51장의 1절에서 14절까지는 음악학자 벤 바이럼-위그필드의 새로운 연구 결과(알레그리 당대에 연주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식)를 반영했으며, 15절부터는 오늘날 관객들이 흔히 듣는 버전에 해리 크리스토퍼스가 장식과 꾸밈을 가하여 들려주는 신구(新舊)의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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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식스틴이 부르는 알레그리 “미제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