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도 여행보따리도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우리 몸의 온도는 36.5도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플러스 마이너스 1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만, 적정 체온은 36.5도입니다. 우리 몸의 온도가 1도 2도 올라가면 온 몸에 통증이 생깁니다. 춥고 온몸은 두들려 맞은 듯이 아픕니다. 온도가 더 오르면 우리 몸의 장기가 제 기능을 쉽게 못합니다. 우리 몸이 그러하듯, 지구의 온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의 온도 역시 계속 상승하면 지구가 몸살을 앓습니다. 지구과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평균 4도가 상승하면 지구의 70%가 사막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도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바다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며, 바다의 온도 역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멸종하고 있습니다. 200년 전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다시 말해서 인류가 석탄과 석유를 사용한 이후로 지구의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은 석탄과 석유에서 나오는 탄소입니다. 오늘날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바로 탄소입니다. 그래서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100%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들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에 사람이 살게 된 이후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고, 우리 역사 속의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음식 쓰레기는 넘쳐나고, 우리의 필요를 넘어서 소유하고 소비한 것들이 쓰레기로 넘쳐납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지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힘겹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신음이 곧바로 우리들에게 덮쳐 올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주님 말씀을 묵상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은 1차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 말씀은 지구의 신음을 들으며 복음을 살아가고 하는 우리들에게 복음의 요청으로 그리고 주님의 명령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는 지구과학적 사실을 넘어, 사회경제적 문제를 넘어 신앙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이제 우리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여행하고 소비하는 것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우리 자녀들은 우리가 경험한 지구를 경험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복음의 요청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좀 더 단순하고도 소박한 삶의 방식으로 되돌아 가라는 것입니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한 삶이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선택하면, 새로운 눈과 새로운 정신이 열리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것의 참다운 가치를 깨닫게 되고, 삶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기회들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참다운 절제의 삶을 살게 되면, 절제는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온갖 집착과 욕망에서, 가지지 못해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부러움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줍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태도이면서 동시에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려는 우리에게 주시는 요청이자 도전입니다. 더욱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하며, 오늘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