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첫 인도심사 거절 판결… 베트남인 우엔씨 강제송환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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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비로소 정치범을 수용하는 인권국으로 태어났다.

서울고법 형사10부(구욱서 부장판사)는 7월 27일 베트남인 우엔 후 창씨(55)에 대해 인도심사를 벌여 인도 거절 결정을 내렸다. 외국인 '정치범'에 대한 인도심사는 우리나라 사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지목해 우리 정부에 범죄 인도를 요청한 우엔씨는 강제송환을 모면하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범죄사실은 베트남 내 폭발물 투척 기도 등 13개항에 이르는데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이의 범죄인인도조약을 적용, 피청구인을 '정치범'으로 인정해 절대적 인도 거절사유에 해당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베트남은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 가입국이 아니고 미국 9·11 테러 직후 채택된 'UN안보리의 2001. 9. 28자 결의'는 구체적인 범죄인 인도의무를 부과하는 국제협정이 아니다”며 정치범 불인도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국적의 베트남인 우엔씨는 2001년 6월 발생한 태국의 베트남대사관 폭탄테러를 지시하는 등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1순위 '반체제 인사'로 지목돼 베트남 당국의 수배를 받아왔으며 우리나라에서 붙잡혔다.

우엔씨는 1949년 베트남 빈단에서 태어나 건축회사를 운영하다 1975년 월남이 공산화되자 특공대를 조직해 공산정권에 대항하며 무력투쟁에 나서는 등 82년 미국으로 탈출하기까지 반체제 활동을 펴왔다. 1982년 어선을 타고 미국으로 탈출 '보트 피플'이 된 그는 미국에서도 반베트남 정부 활동을 계속해왔다.

1995년 4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공산 베트남 반대세력을 묶어 캘리포니아주 가든 그로브시에서 공산정권 타도와 시장경제 제도·자유선거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베트남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베트남 정부에서 2002∼2004년까지 국무장관과 총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미국에 있는 베트남 국민당 당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경력으로 그는 베트남 정부의 수배를 받아왔으나 올 4월 5일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는 베트남 정권의 회유를 받기도 했다. 그는 사업차 한국에 들렀다가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풀려난 우엔씨는 “베트남 공산정부가 베트남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도록 했다면 내가 이렇게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1975년 북베트남이 평화협정을 깨고 조국인 남베트남을 침공하면서 베트남 국민은 자유를 잃었다”고 자신이 반정부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밝혔다.

그는 석방자리에서 자리를 함께 한 부인 브이 낸시씨(50)와 둘째아들 우엔 쾅(28), 넷째아들 우엔 하씨(24)를 소개했다. 아들 네 명의 이름은 빈(지혜), 쾅(친절), 썬(산), 하(바다)를 의미하는데 이를 하나로 합하면 베트남어로 '더 나은 조국을 위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맺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우엔씨의 인도를 요구했고 재판부는 세 차례의 심문절차를 거쳐 이날 최종 인도 거절 결정을 내림으로써 한국과 베트남 정부 사이에 외교적 갈등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판결을 내린 구욱서 부장판사(51)는 대구상고, 경북대를 나와 사법고시 18회에 합격, 부산지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특히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재직시 대한상공회의소 시험문제 출제 오류를 지적해 불합격 취소 판결을 내렸고 최근에는 새만금사업계획 취소청구소송에서 정부측 손을 들어주는 등 소신판결을 내렸다.

특히 구 부장판사는 “민사소송에서 재판장 임의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소송 당사자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라며 통상적인 재판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뉴스메이커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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