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콜로 3,1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과 우리 한반도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올해 2023년은 한국 전쟁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수백만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전쟁은 아직 정식으로 종전되지 않았습니다. 끝내지 못한 이 대결은 지금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우리는 평화의 소명을 더 깊이 성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 간의 갈등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요즘 우리는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힘으로만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득세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 훈련도 만만치 않습니다.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던 대화는 중단된 지 오래고, 출구 없는 무력 시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남북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어 우발적 무력 충돌이 크게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걱정하면서 전쟁 위기마저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북한 당국이 채택한 ‘핵 무력 정책 법령’은 이러한 군사적 위기를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표지입니다. 새로운 법령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핵 선제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더 강력한 ‘확장 억제’를 추진하였고, 최근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자체를 ‘안보를 위한 미국의 확실한 약속’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 핵 공격 시 미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미 대통령의 약속은 우리의 불안을 더욱 키웁니다. 한번 핵무기가 사용되면 돌이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은 한미 정상 회담에서 나온 ‘워싱턴 선언’에 반발하면서 더 강력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힘의 대결은 날로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실 전쟁을 예방하고 군사적 긴장을 낮추려면 진지한 대화를 다시 시작하여야 합니다. 멀고 험한 여정일지라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셨기”(2코린 5,18)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신앙인은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모범처럼, 상대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으며 신뢰를 통하여 참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첨단 무기와 막강한 군사력이 아니라 진실한 만남과 대화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평화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되는 지난 2월 24일 이날을 ‘슬픈 기념일’이라고 하시면서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하자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수요 일반 알현 교리 교육, 2023.2.22. 참조). 그리고 전 세계를 향하여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모든 조치를 하였는지 돌아보자.”라고 권고하셨습니다. 특히 “진정한 승리는 폐허 속에서 세워질 수 없다.” 하시며 “전쟁을 멈추고 평화 협정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하는 7월 27일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특별한 미사가 봉헌될 예정입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 미사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정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할 것입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참된 평화를 약속하셨습니다. 그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기도합시다.

 
2023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30273?page=1&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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