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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5 07:23

[강론] 연중 제23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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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가해) 강론 – ‘대화’와 ‘함께 함’
 

2020. 9. 6, 범일성당


 

제가 사제가 되기 한 달 전에 동료들과 함께 피정을 했었는데, 그 때 어느 원로 신부님께서 저희들에게 하신 다음과 같은 말씀이 지금까지도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 ‘사제가 사목을 하다 보면, 그 사제에 따라서 몇 가지 유형이 드러난다. 명령형, 야단형, 독불장군형, 권위주의형, 독단주의형 등등. 그런데 가장 바람직한 사목 유형이 따로 있는데, 그것은 바로 대화형이다. 일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겠으나, 마찰 없이 무난한 가운데 힘이 합쳐지게 되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이 만나게 될 사람들과 대화형을 선택하길 바란다.’... 이러한 그 신부님의 말씀은 저에게 보석 같이 귀하고 정말 필요한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다른 이야기 하나도 소개해 드립니다. 어느 백인 교사가 인디언 보호구역 내 학교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교사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특별히 어려운 문제를 낼 거다.’라고 미리 일러 주었습니다. 그러자 인디언 아이들이 갑자기 자기 책상을 가운데로 끌어당기더니 한데 모여 앉는 것이 아니겠어요? 교사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부정행위는 안 된다!’라고 훈계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도리어 선생님이 이상하다는 듯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 ‘선생님, 저희는 지금까지 어려운 문제는 함께 모여 대화하며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배웠는데요?’... 소개해 드린 저의 경험과 아이들 이야기에서 공통되는 내용은 바로 ‘대화’와 ‘함께 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대화’와 ‘함께 함’이 필요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대화’와 관련하여,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 ‘단둘이 만나라. 필요하다면,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라도 만나라. 그러나, 교회에 알리기까지 하며 노력해도 도무지 되지 않는다면, 마지막에는 그를 포기해라.’ 그리고 ‘함께 함’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이루어 질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함께 하는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 이러한 오늘 복음을 접하며, 또한 우리의 하느님께서도 우리와 ‘대화’를 원하시는 하느님, 우리와 ‘함께’를 원하시는 하느님이심을 묵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족한 저의 경험에 따른다면, 우리는, 특히 교회 안에서, 이 ‘대화’와 ‘함께 함’에 익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교회의 조직상 문제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생각해 보면, 신자분들의 피동적인 자세, 이를 좀 고상하게 표현한다면 ‘순명의 미덕(?)’이 잘못 이해되고 있음은 아닐까요? 그러다 보니, 교회 운영에 있어서도 신자분들께서 능동적인 동참을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입장으로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자세로써 필요한 분과 대화를 시도해도, 대화하지 않거나 대화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가 제법 접함으로써, 제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결국 포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나누어서 하거나 함께 힘을 모으기도 힘들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 본당 운영과 관련하여 제가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표현을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하나는 ‘여러분,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분, 이렇게 하시면 어떻겠습니까?’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편하십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본당의 주역이신 여러분, 주역이시기에, 여러분에게는 많은 생각과 공부, 객관성과 합리성, 신중함과 판단력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는 하나의 과제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로서는 기원하게 됩니다. 이 과제를 뛰어 넘어, 우리 공동체 안에 ‘대화’와 ‘함께 함’이 머물길 저로선 기원하고 싶은데,... 여러분께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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