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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07:53

[강론] 연중 제15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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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나해) 강론 – 정리(가지치기)
 

주임신부    2021. 7. 11, 범일성당


 

‘정리’라는 표현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본당의 많은 신자분들 말씀에 따른다면, 우리 성당도 이곳저곳 정리된 모습이 보여서 참 좋다고들 하십니다.


 

요즘은 ‘정리 전문가’라는 직업도 있습니다. 정리 전문가는 단순히 집안 청소하고 물건 정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그들 스스로 자부합니다. 한 집안의 정리 상태는 그 가정의 얼굴이고 속살이라고 봅니다. 집안 조명이 어둡고, 언제 열려봤는지 모를 커튼에는 거미줄이 보이고, 박스가 여기저기 쌓여있는 집은 아픔이 있는 가정이라고 합니다. 너무 아파서, 치우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길 만큼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거죠. 이런 집을 깔끔하고 환하게 정리해주면, 가족들 마음 안에 이제 새롭게 뭔가를 해보자는 의지가 생기는 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은 알게 모르게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이 말은, 환경을 재조성하면 사람들 마음도 바뀐다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일하는 공간이 어수선하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답답함에 압도당합니다. 괜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기계로써 밥 먹고 사는 직업에 있어서도, 잘 되는 가계는 일을 마치면 공구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퇴근을 합니다. 그래야 출근해서도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점은 다른 곳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어수선한 주방에서는 깔끔한 주방에서보다 주부가 쿠키를 더 먹는다고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와 짜증이 늘면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단 것을 찾는 겁니다. 그리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주방에서는 끼니를 대충 편의 식품 같은 것으로 때우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필요하고 덜 중요한 것들을 치우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을 일컬어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고 표현합니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서 집안을 휑하니 비우고 냄새 난다고 요리를 안 하고 밖에서 사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진정한 미니멀리즘은 무조건 물건을 내다 버리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우선순위가 아닌 것들은 과감히 치우고 정리함으로써 에너지 분산을 막고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를 피하는 행위가 미니멀리즘인 것입니다. 일종의 ‘가지치기’입니다. 잡동사니가 많을수록, 걱정도 늘고 마음도 어수선하기 마련일 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이란, 남들 시선에 신경 쓰고 살았던 마음을 줄이고 내적으로 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하여, 내 주변에서부터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습니다.(마르 6, 8) 예수님께서는 그냥 물질적인 무소유가 아니라, 요즘 말로 하면 일명 ‘미니멀리즘’을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을 비롯한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알고, 너희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본질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다면, 나에게 있어서 불필요한 것들, 부차적인 것들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치 있는 것을 정말 가치 있게 생각한다면, 우리 삶에 있어서 정작 필요한, ‘가지치기’가 자연스럽게 된다고 봅니다.


 

주님으로부터 파견 받으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자신과 주변부터, 필요한 정리, 즉 가지치기를 잘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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