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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07:18

[강론] 연중 제11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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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주일(나해) 강론 - 씨앗과 열매
 

  주임신부   2021. 6. 13, 범일성당


 

우리 본당은 올 해로서 설립 132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산교구 첫 본당입니다. 그런데,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린다면, 마산교구를 포함하여 부울경, 즉 부산과 울산과 경남 지역 전체에서 첫 본당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이 우리 본당을 스쳐갔습니다. 본당을 뛰어 넘어서도, 역사의 흐름과 함께, 우리 본당은 참으로 수많은 다른 본당들과 신앙인들을 자식으로서 두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한 우리 본당의 과거와 현재 구성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우리 본당이 하나의 ‘씨앗’이 되었기에 이러한 ‘열매’가 가능했음을 은혜롭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오묘하신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것을 결코 그대로 주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에 의해 간절히 청하지만, 결코 그것을 그대로 주시지 않고,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씨앗’을 주십니다. 그런데 그 씨앗은, 내가 청하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성취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훌륭하게 성취할 씨앗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씨앗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부족한 제가 이곳 본당의 제38대 주임신부로 발령받아, 여러분과 함께, 여러분을 위해 일하면서 필요한 게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 마는, 그래서 주님께도 많은 청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들을 되돌아 볼 때, 주님께서는 그 청들을 한 순간에 들어주시지 않으셨고, 제가 생각한 대로 쉽게 들어주시지도 않으셨으며, 늘 기쁘고 행복한 일의 연속으로 들어주시지도 않으셨고, 또한 단지 몇몇 사람의 노력의 결과로만 들어주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 각자는, 그리고 우리 가정과 우리 본당 공동체는, 하느님으로부터 ‘씨앗’을 받은 것입니다. 그 씨앗을 땅에 심고 가꾸고 돌보고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하며 추수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씨앗 없는 열매만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농부의 걱정과 수고로 인하여 농부는 생각보다 더 큰 추수를 거두는 것처럼, 지금의 우리 공동체와 가정, 그리고 우리 각자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열매의 모습을 향하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교구 첫 본당인 이곳 주님의 집에 모여 오신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씨앗에 비유하십니다. 씨앗은 그 안에 ‘이미’ 성취된 것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그 씨앗이 주어집니다. 씨앗을 받아 든 우리가 ‘좋은 지향과 열심한 삶의 자세’로써, 농부의 마음으로 뿌리고 심고 가꾸고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할 때, 우리는 우리 삶 안에서 씨앗으로부터 이미 출발한 하느님 나라를 구현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과 가족과 직장과 공동체 안에서, 씨앗의 모습으로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각자를 통하여 가꾸어 지고 꽃이 피고 큰 열매 맺게 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 많은 부족함과 어려움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지닌 가운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은혜로운 삶이 지속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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