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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1:19

[강론] 부활 제5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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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나해) 강론 – 관심과 간섭
 

주임신부   2021. 5. 2, 범일성당


 

저는 오늘 강론의 주제를 ‘관심과 간섭은 다르다.’로 정해 보았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바로 ‘관심’을 뜻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랑의 다른 말인 이 ‘관심’은 ‘간섭’과는 다릅니다. 자칫, 관심은 간섭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간섭이 관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신학교 교수로 있었을 때 경험한 바가 있었습니다. 제가 신학생들에게 나름 관심을 보인다고 했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간섭으로 받아들여 진 때가 있었고, 그 반면 제가 간섭하듯 학생들에게 다가 갔건만 학생들은 고맙게도 그것을 관심으로 받아들여 준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관심’과 ‘간섭’의 경계선은 애매하기에, 마치 칼날 위를 걸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매사에 신중함을 지니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나의 의도와는 달리 해석되는 경우를 우리는 경험하는, 그런 삶의 과정을 살고 있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답도 없고 잘 보이지도 않는 이 관심과 간섭의 경계선 사이에서,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비롯한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는 상대방이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길 기원하는 마음과 더불어, 우리 자신을 향해서는 객관성을 지닌 판단을 청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우리의 표현에 있어서 관심의 다른 말인 ‘사랑’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는지가 관심과 간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 하느님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에, 달리 표현하면 하느님은 ‘관심’ 자체이신 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지극한 당신 관심을 쏟아 부어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들 중 어떤 때에는, 하느님을 ‘간섭하시는 하느님’으로 자칫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관심의 하느님 입장에서는 좀 섭섭하시겠으나, 그런 오해를 자주 겪으시는 하느님으로서는 이 또한 당신께서 감수하고 계신다고 생각해 보니, 하느님께서는 변화무쌍한 우리와는 달리 참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관심의 하느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표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의 이러한 말씀들, 강한 어조로써 명령하시는 듯한 이 말씀들이 어떻게 들리십니까? 혹시 가끔은, 먹고 살기에 바쁜 우리에게 ‘간섭’하시는 듯 들리지는 않으십니까? 


 

주님의 관심을 받고 계신 여러분, 이 자리를 빌어, 저에게를 비롯하여 이곳 본당 공동체에 사랑 어린 관심을 보여 주심에 감사의 마음을 남깁니다. 이 강론을, 오늘 복음 속 주님의 한 말씀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말씀이 우리 각자를 향한 주님의 ‘간섭’ 아닌 ‘관심’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이 살아있고 힘 있는 주님 말씀으로서 우리 머리에 기억되길, 마음에 간직되길, 그리고 삶으로 드러나길 바래봅니다. -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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