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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5 23:24

[강론] 파스카 성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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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카 성야 강론 – 내 안에서 주님을 만나자!
 

주임신부    2022. 4. 17, 범일성당


 

언젠가 제가 새벽미사 주례 당번일 때, 성전으로 빨리 나가야 하는데 안경을 찾아봐도 도무지 발견할 수가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찾다 찾다 도무지 찾을 수 없어서, 급한 마음으로 안경 없이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의실에 와서 거울을 보니, 제가 안경을 끼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입니다. 황당했지요. 안경을 끼고서 안경을 찾아 헤매던 제 모습이 바보같이 여겨졌습니다. 또 어떤 때엔, 시계를 차고 있으면서 시계를 찾아 헤매던 경우도 있었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서 핸드폰을 찾으려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 여러분은 없으셨나요?  


 

이처럼, 실상 나와 함께 있는 것조차 내가 없다고 여기고 내가 필요한 것을 다른 곳에서 찾는, 그런 우리의 어리석은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삶의 모습을 볼 때, 어쩌면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 살면서 물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공기 덕분에 숨 쉬고 살면서도 나와 함께 있는 공기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교회 안에서 가장 큰 축제인 ‘파스카 성야’를 맞으며, 우리가 듣게 된 복음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눈부시게 차려입은 남자 두 명, 즉 천사로 알려지는 그 두 명은 예수님을 찾기 위해 무덤으로 온 여자들에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 이 말은, ‘예수님은 살아 계신 분으로서 살아있는 이들 가운데에 계시니, 살아있는 거기에서 찾으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교회의 예절 안에서도 사제는 자주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하며, 주님께서 다른 곳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머무심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파스카 성야’를 ‘빛의 예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성전은 짙은 어둠 속에 묻혀있었고, 이는 죽음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파스카 초에 불이 붙여졌고, 이 불이 우리 각자의 손에 쥔 초들에 건네져 불이 밝혀짐으로써, 죽음을 상징하는 어둠은 사라지고 성전이 환하게 되며 주님 부활 덕분에 맞이하는 생명을 드러내었습니다. 부활의 빛으로 가득한 이 성전에서, 주님의 부활을 장엄하게 선포하는 ‘파스카 찬송’ 노래는 울려 퍼졌고, 승리와 환희의 ‘대영광송’을 노래할 때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 가림막도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감동적인 주님 부활의 선포 모습들은 파스카 초에서부터 출발하여, 우리 손에 쥔 초들에 불이 밝혀짐으로써, 다시 말해 우리 각자가 불을 받아들여 밝히고 또 이 불을 옆 사람에게 건네줌으로써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부활의 빛을 받은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모신 것으로서, 내가 모신 주님을 이웃에게 건네줌으로써 우리 모두 주님을 모시고 빛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의 은혜’는 내 안에서부터 주님을 만나는 것이며, ‘부활의 은혜를 선포함’은 내 안의 주님을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듣게 된 가르침의 말씀, 즉 ‘예수님은 살아 계신 분으로서 살아있는 이들 가운데에 계시니, 살아있는 거기에서 찾으라.’는 이 가르침이 살아있는 우리의 것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축제의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을 다른 곳 보다는 여러분 안에서 먼저 찾으시길, 그래서 이 때문에 진정 기뻐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안에 이미 함께 하고 계신 부활하신 주님 친히 주시는 평화와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그리고 여러분의 각 가정과 우리 본당 공동체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부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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