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다해) 강론 – 말
주임신부 2022. 4. 10, 범일성당
‘김제동’이란 이름 아시죠? 방송인이죠. 재미있는 소리, 뼈 있는 소리 잘 해서 제법 인기를 얻는 방송인으로서, 그는 어찌 보면 말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씨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기는 그의 말을 듣게 되었는데, ‘참 괜찮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괜찮은 말’같아서, 잠시 그 요지를 여기서 나누어 볼까 합니다.
그는 자신이 마이크를 잡고 말 하는 이유를 전했는데, 사람들이 그의 말을 받아들이라는 의도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마이크 잡은 사람이 장땡이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각자 생각하고 그래서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한다고, 그 때문에 그는 마이크를 통해 열심히 말을 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이런 표현이 저로선 괜찮게 들렸습니다. “내 말을 듣고서,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한다.” 아마, 여기서 표현되는 ‘더 많은 말들’이란 각자의 생각에 따른,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즉 찬성 또는 반대의 말일 것입니다. 이런 상반된 말들이 서로 부딪치고 부서지고 다듬어져 감으로써, 점점 하나가 되고 물 흐르듯 살아 움직이며 발전하는 그런 좋은 세상을 우리 모두 꿈 꿔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주간인 성주간을 시작하는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전례에서는 군중들의 ‘말’로써 드러나는 상반되는 두 가지 모습이 보입니다. 하나는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예절에 나오는, ‘호산나!’하며 주님을 환호하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미사의 수난복음에 나오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며 주님을 배척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함께 만납니다. 그리고 이 한 주간, 주님을 향한 찬성보다는 반대의 말들은 더 많아질 것이며, 심지어 반대의 말은 그분을 죽음으로 내 몰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 말씀인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1코린 15,55)는 표현처럼, 반대의 말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며, 결국 여러 말들은 ‘알렐루야!’라고 표현되는, 좋고도 기쁨 넘치는 하나의 말로 모여질 것임을 우리는 희망해 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주변에도 말들이 많습니다. 우리 신자분들 각자의 말들 또한 있습니다. 이 성주간을 보내며, 이러한 여러 말들이 결국은 일치와 발전을 향한 ‘하나의 좋은 말’로 모여질 수 있길 바래 봅니다.
우리 모두, 이 거룩한 한 주간을 잘 보냄으로써, 다시 말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우리가 동참함으로써, 비로소 ‘알렐루야!’를 외칠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