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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8 09:58

[강론] 연중 제22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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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 (나해) 강론 – 하느님의 법
 

주임신부   2018. 8. 29, 범일성당


 

2012년 7월 6일, 한분의 수사님께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셨습니다. 한국에서 47년간 생활하다 자신의 고국인 이태리로 돌아가신 성바오로수도회 소속 마리오 수사님. 한국을 떠나시기 전, 그분의 수도 서원 60주년과 팔순잔치가 있던 날, 그 외국인 수사님은 한복을 입었고, 인사말은 다음과 같이 간단했습니다. - “제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감사했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두 분의 외국인 수녀님도 소개해 드립니다. 80세 가까이 된 그분들의 이름은 마리안 수녀님과 마가레트 수녀님입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한국에 오셔서 43년간 소록도에서 나환자들을 돌보시다, 2005년 11월 21일 새벽에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말없이, 인사도 없이 떠나 가셨습니다. 달랑 남겨 둔 감사편지 한 장에는 간단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했습니다.”


 

이러한 분들 외에도, 수많은 분들이 세월의 흐름 앞에서 “감사했습니다.”라는 간단한 말로써, 자신의 평생 삶을 드러내는 경우를 우리는 보게 됩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그러셨고, 성인이 되신 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그러셨고, 부산 교구장직을 사임하신 황 바오로 주교님께서도 간단한 인사말에서 “감사드립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외, 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머물러야 했던 자리에 자신의 삶 또한 함께 하였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이를 감사롭게 표현함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해 봅니다. 심지어, 아름다움을 넘어서 감동과 거룩함으로까지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런 분들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을 접하며, 이러한 아름다운 삶, 감동과 거룩함의 삶을 사시는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그런데 이 내용이, 저로서는 참으로 역설적으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거룩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사람을 거룩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자신과 주변을 더럽히지 않고 오히려 거룩하게 만드는, 그런 우리 삶이되길 바래봅니다. 또한 여러분의 가정과 우리 본당 공동체가 우리 각자 때문에 더 거룩하게 변화될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


 

다른 한편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신과 이웃, 그리고 공동체가 거룩해 짐에 있어서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다. 방해되는 요소는 바로 자신들의 관습과 규정이 만들어 낸 ‘사람의 법’입니다. 이 사람의 법은 ‘하느님의 법’을 막아 버리고, 하느님을 틀 속에 가두어 놓으려 합니다. 그래야, 사람이 하느님의 마음 아닌 사람의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법’에 따른다면, 하느님은 사람이 요청할 때에만 움직이셔야 하고, 보통 때엔 그냥 가만히 계셔 주시길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바래보건데, 우리가 거룩해 짐에 있어서 방해 요소가 ‘사람의 법’이라면, 이를 물리치고 그 자리에 ‘하느님의 법’이 채워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님의 자녀이신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 자신이 머무는 이 장소를 그리고 이 세상을 언젠가 떠날 때에 “감사했습니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길 희망해 봅시다. 그러기 위해, 지금 이 자리의 우리 안에 ‘하느님의 법’이 계속 머물러 있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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