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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07:59

[강론] 연중 제21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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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1주일 (나해) 강론 – 떠남 
 

주임신부   2021. 8. 22, 범일성당


 

오늘은 ‘떠남’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떠남’은 ‘머뭄’의 반댓말이죠. 3년 전인 2018년 이맘때쯤, 우리 교구에서는 ‘교구장의 사임’이라는 ‘떠남’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로서는 갑작스런 소식이었겠으나, 당시 제4대 부산교구장 황 바오로 주교님 입장에서 이 ‘떠남’은 준비된 떠남이었습니다. 주교가 되실 때부터, 당신 입으로 “약 10년 정도 하고 떠날 것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신 바처럼, 아마도, 당신께서는 그 즈음이 되기 전부터 ‘사임’을 홀로 준비하셨을 것이고, 드디어 교황님으로부터 교구장직 사임 요청을 윤허 받으시어, 11년간의 교구장 직분을 내려 놓으셨습니다. 그 당시, 토요일 저녁에 발표가 났었는데, 3일 후인 화요일 낮에 교구청을 떠나 은퇴 사제관인 ‘선목 사제관’으로 들어가셨지요. 정말 재빨리 움직이신 셈입니다. 저도 특수사목을 할 때, 선목 사제관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 사제관은 지은 지 오래된 건물로서, 각 사제관의 크기가 작고 햇볕도 잘 들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황 주교님께서는 교구장직 퇴임과 관련한 일체의 행사가 없도록 하셨고, 게시글 형식을 통해 당신의 짧은 인사말만을 남기셨습니다. 황 주교님의 성격, 즉 간단 명료, 정리 정돈, 핵심 요약, 형식 타파, 소탈과 소박 등의 모습을 떠나시면서도 보이셨기에, 저로서는 ‘황 주교님답다.’는 생각과 함께, 그분께서 ‘멋진 떠남’을 택하셨다고 봅니다. 더불어 이런 황 주교님의 떠남 모습에서, 전임 베네딕토 교황님의 떠남과 수많은 수도자들과 성직자들의 떠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물론, 저 자신의 떠남은 어찌해야 할런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 또 다른 ‘떠남’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떠남은 오늘 복음에 보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요한 6,66) 그렇다면, 그렇게 떠나 간 많은 사람은, 처음에는 어째서 예수님을 따랐을까요? 아마도, 병자를 낫게 하고 기적을 일으키며 사람들이 환호하는 예수님을 그들이 보면서, 그들로서는 그런 예수님을 따른다면, 언젠가는 자신들도 높은 자리, 권력, 굶주림에서의 해방, 병 들지 않음 등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높고 편한 가치에 기대를 걸었기에,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 즉 세상의 눈이 아닌 하늘의 눈으로 볼 때의 가치를 추구하라는 그분의 말씀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고, 결국은 실망하며 예수님 곁을 떠났을 것입니다. 이러한 오늘 복음 내용을 접하며, 저로서는 떠나 간 그 많은 사람들이 ‘세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답다.’는 생각과 함께, 그들은 ‘안타까운 떠남’을 택했다고 봅니다. 


 

소개해 드린 두 가지의 ‘떠남’은 다른 이유를 지니는 ‘다른 모습의 떠남’이라 하겠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황 주교님의 떠남은 ‘영적인 교회를 위한 떠남’이며, 복음에서 보이는 제자들의 떠남은 ‘육적인 자신을 위한 떠남’입니다. 하나는 ‘멋진 떠남’이고 다른 하나는 ‘안타까운 떠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머물고 계신 여러분, 우리 모두는 언젠가 떠날 것입니다. 살아서는 각종 여건들 안에서 ‘떠남들’을 하며 살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이 지상의 삶을 마감하며 떠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삶이 잘 떠나기 위한 ‘지금, 이 자리’에서의 삶이었으면 합니다.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떠남’이 ‘안타까운 떠남’ 아닌 ‘멋진 떠남’으로서 계속되길 바래봅니다. 더불어, 우리 자신과 주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분을 ‘떠남’이 아닌 그분 안에 ‘머뭄’의 은혜로운 우리 삶이 지속되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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