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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4 07:13

[강론] 연중 제17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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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나해) 강론 – 작은 정성, 큰 기적
 

주임신부    2021. 7. 25, 범일성당


 

언젠가, 제가 어느 형제님에게 다짜고짜 ‘돈 백 만원만 주세요.’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의아해 하시며 그 이유를 물으시기에, ‘본당을 위해 돈이 필요해서요.’라고 했죠. 그러자 그분께서 웃으시면서 ‘이렇게 자신 있게 돈을 요청하는 사람은, 아마 신부님이라서 가능할 겁니다.’라고 하시며 제가 요청한 돈을 선뜻 거저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제법 오래 전 일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이와 비슷한 경험, 즉 ‘교회를 위해 봉헌’하는 분들을 가끔씩 접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 신부는 본인이 돈은 별로 없으면서도, 참 부자이구나!’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어느 한 사람의 봉헌이 많은 이들을 먹고 살게 하거나 공동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은혜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일명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써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이죠. 물론, 이 이야기는 예수님의 능력을 드러내신 이야기이며 신학적으로는 성체성사의 의미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도 당신 스스로는 이런 놀라움을 이루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한 인간이, 구체적으로는 한 아이가 내어 놓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는 ‘재료’를 먼저 필요로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 요한 6,9에 보이는 제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죠. ‘이것만으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는 회의적인 표현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이것만으로 무슨 소용이 있음’을 놀랍게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한 어린 아이가 자기가 가진 것, 즉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기꺼이 내어 놓음으로써 예수님을 도왔고, 결국 많은 이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로서는, 한 아이의 ‘작은 정성’을 묵상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네 삶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절망에 쓰러진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힘들어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정성’도 별 소용없어 보입니다. 작은 것은 큰 것 앞에 초라해지기에, 머뭇거려집니다. 하지만, 작음의 빈 공간 안에 함께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음, 정성, 걱정, 안타까움, 순수함 등이 함께 합니다. 우리가 다 해줄 수 없어서 작지만, 작기에 내가 할 수 있고, 이 ‘작은 정성’은 주님을 통하여 ‘큰 기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주님께 우리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삶이 ‘작은 정성’을 드러내는 삶, 그럼으로써 ‘큰 기적’을 이루어내는 삶 되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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