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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6 07:21

[강론] 사순 제4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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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 강론 - 받아들임
 

주임신부    2022. 3. 27, 범일성당


 

사순 4주일인 오늘은 ‘즐거워하라(Laetare)’ 주일입니다. 오늘을 ‘장미주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사제는 장미 색깔 제의를 입고서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자들에게 ‘잠시 쉬었다 가자.’는 권고와 함께 기쁨과 희망을 우리가 지녀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를 시작하는 입당송에서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참으로 감동스런 ‘비유 말씀’을 듣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전에 우리가 알았던 ‘탕자의 비유’라기 보다는, 복음서의 내용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이라 일컬어지는 ‘대자대비하신 아버지의 비유’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버지, 큰아들, 그리고 탕자라고 일컫는 둘째 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 인물 중에 “나는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생각하며 오늘 복음 말씀에 접근해 보았으면 합니다. 


 

아버지는 하느님을 뜻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죄인을 버리지 못하시는, 깊은 자비와 사랑을 가지신 분이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복음 속의 아버지에 해당된다고 감히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탕자인 둘째 아들에 속하는가 생각해보면 이 또한 선뜻 수긍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도 가끔 탕자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신앙인으로서 그 마음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는 힘 드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복음 속 세 명의 등장인물 중에서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굳이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큰아들에 가깝다고 손을 들 것 같습니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았으며, 아버지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내고 떠나버린 그의 동생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 바로 큰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큰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큰 아들은 모범적인 삶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그 큰아들이 정말 아버지를 사랑하고 동생을 아끼는 사람이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당시 관습에 따르면, 아버지는 작은 아들의 두 배에 해당하는 재산을 큰아들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큰 아들은 아버지의 남은 재산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또한 뉘우치고 돌아온 동생을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큰 아들은 동생의 잘못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잔치를 거부합니다. 돌아온 동생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속 좁은 형의 태도로 일관합니다. 어쩌면, 속 좁은 우리네 모습과도 닮은 듯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묵상할 수 있는 다양한 가르침들 중의 하나는, 큰 아들처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가 아니라, 아버지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받아들임’은 인간을 좋게 변화시켜 주고 하느님을 닮게 해 줍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이 사순시기를 보내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나 자신과 우리 안에 ‘받아들임이 넘쳐나길’, ‘받아들임으로써 좋은 변화가 실현되길’ 기원해 봅니다. 

  그럼으로써, 아버지 하느님께서 변화하는 우리 때문에 즐기고 기뻐하시길, 그리고 우리도 즐기고 기뻐하는 삶이 계속 되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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