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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09:13

[강론] 대림 제3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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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3주일(나해) 강론 - 원래 작은 사람
 

주임신부   2020. 12. 13, 범일성당


 

춘천교구 소속 ‘이춘선 마리아’ 할머니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1921년에 태어나신 마리아 할머니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입장에서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신앙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자녀들이 매일 미사에 참여하도록 했는데, 미사에 가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고 집에서 쫓아내었습니다. “영혼의 양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밥도 먹을 자격이 없다.”는 가르침이었죠. 마리아 할머니의 이 같은 신앙과 자녀교육은 자녀들이 성소에 응답하는 결실을 가져왔고, 그래서 한국교회 역사상 최초로 네 명의 형제 신부와 한명의 수녀를 자녀로 두게 되었습니다. 2015년 세상을 떠나시기 전, 당신 친히 당신의 장례미사를 위한 성가들을 미리 골라 두셨고, 당신의 장례미사는 하늘나라 가는 길이니 ‘내 장례미사 때 신자들이 슬퍼하지 않게 두 번 웃겨 드리라.’는 부탁도 하시며 이별을 미리 준비한 분이었습니다.


 

특별히 소개하고픈 부분은 이것입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막내아들 오세민 신부가 첫 임지인 홍천성당으로 떠나던 날, 어머니 마리아 할머니는 오 신부의 손에 작은 보따리를 들려주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오 신부는 첫 임지에 도착한 그날 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보따리를 풀어봤는데, 거기에는 오 신부가 태어난 지 백일 되던 날 입었던 아기 저고리와 세 살 때 입었던 저고리, 그리고 비뚤비뚤한 글자로 쓰여 진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막내 신부님! 신부님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하십시오.”  


 

이런 내용을 소개해 드리며, 마리아 할머니의 그 말씀이 계속 떠오릅니다.: “신부님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하십시오.”... 그렇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며 자신이 마치 대단한 ‘큰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게 해 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사제는, 세례자 요한의 말씀처럼 주님은 더 커지시고 자신은 더 작아지는 삶, 즉 그러한 ‘수도자적 삶’이 마땅히 되어야 함을 지적하는 좋은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귀하고 좋은 말씀은 비단 사제에게만 향한 말씀을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말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 복음에 나오는 내용을 오늘 주일 복음에도 반복하여 만나는 구절이 있는데, 세례자 요한의 말로서 바로 이 내용입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라고 자신을 알린 세례자 요한은 ‘자신은 원래 작은 사람’임을 잘 알았고 이를 선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주변 모습은 어떠합니까? 자신이 잘나고 똑똑하다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 하며 자신의 주장이 커져야 합니다. 주관적인 자신의 뜻이 객관적인 하느님의 뜻보다 중요한 셈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향해, 사도 바오로는 1코린토 8,2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지금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이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보내는 우리는 오늘날의 ‘또 다른 세례자 요한’이 되어야 함을, 즉 ‘자신은 원래 작은 사람’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으로서 알고 이를 선포하는 자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시는 여러분, 우리 각자의 원래 모습은 ‘큰 모습’ 아닌 ‘작음’에 있으니, 그 작음 때문에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오시고 여러분 안에 머무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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