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 미사(7.5) 강론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7. 5, 범일성당
몇 년 전, 「가톨릭신문」에 담긴 어느 신부님의 글을 먼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상큼한 전화’라는 제목인데, 그 신부님께서 어느 본당의 신자 피정을 위한 특강 요청을 받아 그곳 성당에 갔을 때 경험하신 내용입니다.
강의 전에 그곳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사제관으로 식사를 초대하셔서 두 분 신부님이 함께 식사를 하던 중에, 사제관 전화 벨소리가 울려서 주임 신부님께서 숟가락을 놓고, 전화를 받으셨는데,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답니다. : “여보세요? 응, 너로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아, 그래, 그래! 신부님이 전달해 줄게. 그런데 네가 직접 전화하지 그랬어?, 아 하, 우리 베드로가 다 컸네, 배려할 줄도 알고. 그래, 알았어. 내가 전해 줄게. 안녕, 잘 들어가!”
잠시 후, 주임 신부님은 식탁에 돌아 오셔서 말씀하시기를, “다음 주에 첫 영성체하는 아이가 오늘 아파서 교리 시간에 못 간다고 전화를 했네요!” 그러자 그 손님 신부님이 질문하며 주임 신부님과 대화를 나눈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부님, 첫 영성체 할 어린이가 주임 신부님 사제관에 전화를 했던 거예요?” / “글쎄, 나에게 전화를 했네. 오늘 아파서 교리 못 간다고 보좌 신부님에게 알려 달래요.” / “혹시 보좌 신부님 방에도 전화가 있지 않나요?” / “있지요. 그래서 내가 물었어요, ‘보좌 신부님께 직접 전화하지 그랬냐?’고. 그러자 그 아이가 대뜸 하는 말이, 우리 보좌 신부님이 바쁘실 것 같아서 나에게 전화를 했대요. 그래서 보좌 신부님 바쁜 거 배려할 줄도 알고, 다 컸다고 칭찬해 줬지요. 우리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그 모습이 좋아요, 하하!”
주임 신부님의 이런 말씀을 듣는 순간, 그 손님 신부님의 머릿속이 정리되었답니다. 아파서 교리에 못가는 그 어린이가 결석하는 이유를 주임 신부님이 보좌 신부님에게 대신 좀 전해 달라고, 보좌 신부님은 바쁘시니깐. 이런 전화를 주임 신부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다 받아 주셨다는 것을.
그러면서 그 손님 신부님은 이렇게 글을 써 나갔습니다. - 무슨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피정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임 신부님이 보여 준 감동이 아직 남아서, 혼자 속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무튼 그날은 본당 신자 피정 지도 갔다가, 오히려 그곳 주임 신부님이 나 한 사람을 위해 피정 지도를 해 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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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 본당 주임신부가 뭐 그래? 권위도 없이, 위아래의 계통도 자기가 먼저 어기고, 좀 강하게 나가야 자리가 잡히지. 문제 많구먼. 그러니 성당 안에서도 아무나 말하고 질서도 엉망이 되지. 뭐 그런 생각이십니까?... / 혹은, 그래, 신부는 언제나 받아들이고 섬기고 화내지 않고 십자가 지면서 살아야 해. 신부들이 좀 그래야지. 뭐 그런 생각이십니까?...
오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를 기념하며, 우리 한국 성직자들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를 더 닮아가야 할 것이고, 김대건 신부님 시대에는 그런 사제상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이 시대가 바라고 필요로 하는 사제상을 현재의 사제들이 추구해야만 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사제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참으로 다양한 내용들이 있을 것입니다만, 저는 그중 하나로서 앞서 소개해 드린 내용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게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겠으나, 자세히 보면 오늘날에는 어떤 사제상이 요구되고 있는 지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올 해 우리 본당의 사목계획인 ‘사랑으로 서로 섬김’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
그 글을 쓰신 신부님의 표현처럼, 우리 안에서 무슨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나야만 할 것이며, ‘그게 가능한 일이다!’로 구현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무슨 감동스럽거나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 칭찬받는 이야기, 닮아야 할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이 전례에 참여하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부족한 저를 비롯하여 한국의 많은 성직자들이 오늘날에 필요한 ‘또 다른 김대건 사제’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힘을 실어 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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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 희망하건데, 우리 본당의 주역이신 평신도 분들께서도 김대건 사제의 훌륭한 신앙의 삶을 오늘날의 요구에 맞추어 친히 살아가 주시길, 그러한 ‘당연히 가능한 삶’을 모범으로 보여주시길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