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일(다해) 강론 – ‘새 봄’을 향하여!
주임신부 2022. 5. 15, 범일성당
영상 소개(‘봄날은 간다’ - 장사익 노래)
이 곡을 먼저 소개해 드린 이유는, 요즈음 계절이 그렇고, 무엇보다 오늘 복음을 접하며 관계되는 노래가 아닐까 생각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잡히시어 십자가의 길을 향하시기 전, 당신께서 못내 사랑하시는 제자들과 함께 하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죠.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요한 13,33) 주님의 이 말씀이 제 마음에서는 ‘봄날은 간다.’로 들렸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한 제자들의 3년간의 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 시간들은 한 마디로 ‘봄날’과 같았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시간들은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시간들이었고,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기도 한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움직이실 때, 그분 모습은 마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 보였을 것이고, 파란 풀밭에 모인 군중들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실 때, 그 모습은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듯, 하느님의 기쁜 소식은 마치 아름다운 내용이 담긴 꽃 편지처럼 군중들에게 흘러넘치며 전해졌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 들어있는 요한복음 13장에는 네 가지 주제가 보이는데, 첫 번째,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 두 번째, 유다의 배신을 예고하시는 예수님. 세 번째, 바로 오늘 복음 내용인 새 계명을 주시는 예수님.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예고하시는 예수님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새로운 계명을 남기시는 모습들에서 우리는 ‘알뜰한 맹세’를 만나고, 유다의 배신과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할 예고의 모습들에서 우리는 ‘실없는 기약’을 만납니다.
이렇게, 요한복음 13장에서 우리는 웃음과 울음을 함께 접합니다. 그리고 제자들과 조만간 헤어지시고 당신 홀로 나아가실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드러나는 이 모습들에서, 우리는 ‘봄날은 간다.’를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부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봄날은 온다.’를 동시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상에서의 봄날이 가면, 부활이라는 새 봄날이 옴을 희망하며 우리 앞으로 나아가 봅시다. 사계절의 흐름과 같은 우리 삶의 과정들을 거쳐, 어쩌면 그 과정들 안에서조차도, 우리에게 새 봄이 다가옴을 기억합시다.
부활하신 주님 안에 모이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가 새 봄을 맞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만납니다. 바로 ‘사랑의 계명’입니다. 주님께서 남기신 이 사랑의 계명이 오래된 계명이 아닌, 새로운 계명으로서 거듭 우리 안에 새겨지길, 그래서 우리 모두 새 봄을 반드시 영위하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