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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00:34

[강론] 연중 제24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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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4주일(가해) 강론 - ‘용서’
 

주임신부  2020. 9. 13, 범일성당


 

사제가 고해소 안에 있다 보면, 속에 천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고해소에 들어온 신자분의 고백하는 자세와 내용 때문입니다. 전혀 성찰하지 않고 그냥 들어오신 분, 성사 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시는 분, 자신의 죄가 아닌 남의 죄를 일러바치시는 분, 자신의 죄를 축소하거나 애매하게 표현하시는 분, 심지어 어떤 경우는 사제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 ‘신부가 무슨 재판장이냐?, 왜 꼬치꼬치 나에게 묻느냐? 그 정도의 것도 죄라고 할 수 있나?’ 등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는 그런 신자분에게 설명을 해 주고, 본인이 할 수 있을 정도의 보속을 드리고, 죄를 사해주고 난 다음, 사제 혼자 고해소 안에서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 “아,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자비로운 분이시구나.”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에 너무 서툴고 부족한 경우에서도 우리 죄를 기꺼이 용서해 주실 정도로, 너무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자세가 어떨 지라도, 우리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요, 심지어 우리 죄 자체조차 잊어버리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그리고 실상,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하느님으로부터 먼저 용서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먼저 용서받으며 살고 있는 우리는 오늘 복음을 접하게 됩니다. 복음은 ‘용서’에 대해 말하며, 우리에게 잘못한 이에 대하여 우리가 ‘끝없는 용서’를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복음의 서두에서 우리는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서 질문하지요.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마태 18,21)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하겠지요. -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었는데, 그가 저에게 용서를 청한다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그가 저에게 용서를 청한다면’이라는 표현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죄를 지은 자가 용서를 청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그를 용서해야 함을, 그것도 끝없이 용서해야 함을 주님께서 말씀하고 계신다는 점, 바로 이 점이 독특한 점입니다. 그러므로, ‘조건 없는 용서’, ‘끝없는 용서’가 바로 오늘 복음이 말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이 용서를 청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조건 없이, 우리 마음으로부터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계속하여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앞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자신 있게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답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까지 만이라도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고 희망해 봅니다. 그런 가능성과 희망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오늘 강론 서두에서 말씀드린 바에 있습니다. 즉, 우리가 믿는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우리를 먼저 용서하시는 분, 우리를 계속 용서하시는 분, 우리의 죄조차 잊어버리시는 그런 분이심을 우리가 진정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도 ‘조건 없는 용서’, ‘끝없는 용서’의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고 바래봅니다.


 

주님의 자비하심 속에 머무시는 여러분, 이 강론을 주님의 기도문 일부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주님,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를 다시금 용서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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