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님의 업적을 생각합니다.
예전의 당신 기적을 생각합니다.'
(시편 77;12)


봉래성당 신자분들과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봉래성당이 세워진 지 54년이 지나고 55년째를 맞이하는 한 해입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며 그 모든 일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셨음을 봉래성당 신자분들 모두가 그 일의 증인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 수많은 일 중에 우리는 모두 이전에 없던 코로나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 안에서도 분명 하느님께서 함께하셨기에 어려운 시기를 잘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신자분들의 편의를 위해 교회가 배려한 부분들을 때로는 당연하게 때로는 편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신앙적 어려움에 대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바로 타협해 버리며 3년이란 시간 안에서 우리는 너무나 약해졌고 너무나 쉽게 신앙을 포기했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선조들은 죽음으로 신앙을 지켰고 또 이곳에서 먼저 신앙으로 살았던 분들은 지금보다 훨씬 어렵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지금의 봉래성당의 터를 세우고 가꾸며 살았었습니다.

지금 와서 다시 그 열악하고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닙니다. 봉래성당에 8년 전에 보좌로 와서 머물렀던 시간만 생각해도 그때는 코로나 시기 이전이라 교회 안에서 많은 것들을 신자분들과 함께했던 것들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마당에서 행렬하며 성대한 부활을 보낸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윷놀이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강당과 마당에서 식사를 나누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체육대회를 하며 땀 흘린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한 성가발표회를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봉성체 속에서 감사의 눈물을 흘린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제대 안쪽 공간에 모여 성체 조배도 하고 기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여러분들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저의 기억에 여러분들의 기억을 더 해서 그 안에 함께 하셨던 하느님을 다시 우리 곁으로 초대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함께 미사를 드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며 기적인지 코로나 시기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전에는 너무나 당연히 여겼던 성당 안에서 했던 모든 것들이 기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예전의 기억들을 하나씩 다시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부분에 힘을 쓰고자 합니다.


첫째,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단순히 종교를 묻는 칸에 천주교라 적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신앙 공동체입니다. 신앙 공동체는 기도 안에서 믿음을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희노애락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여러분의 삶에 봉래성당 공동체를 초대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치유와 회복의 시기를 가지고자 합니다.
더는 우리의 신앙을 코로나 때문에, 아니면 다른 그 어떤 이유와 핑계로 포기하고 세상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가장 좋은 치유와 회복의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입니다. 또 우리는 절대 혼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동체입니다. 그 사랑을 받아 서로 격려와 따듯한 배려의 마음으로 함께 그동안의 아픔들을 어루만지며 치유와 회복할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셋째, 청소년들과 쉬는 교우들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자 합니다.
환대와 격려의 마음으로 청소년들과 쉬는 교우들을 만나주시길 바랍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모든 이들을 고난의 길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참 행복의 길로 이끕니다. 이러한 하느님이 마련해주시는 은총의 길에 청소년들과 쉬는 교우들이 기쁘게 걸어갈 수 있게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쓰면서 여러분 한명 한명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함께 우리가 알고 있던 예전의 하느님을 다시 만나며 감사함을 노래하는 은총의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은 한순간도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다만 우리가 잊고 지냈던 것입니다. 우리가 잊고 지낸 시간을 다시 찾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시다.


 
봉래성당 주임신부
김종관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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