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96호 2016.08.21 
글쓴이 이균태 신부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길을 달려가십시오. 그리하여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십시오.”(히브 12, 12∼13)

이균태 안드레아 신부 / 복산성당 주임

  나밖에 모르는“나뿐 놈”과 돈밖에 모르는“돈 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세상이다. 진리, 자유, 정의, 평등, 평화, 인권,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운운하는 것이 참으로 한심스럽고, 유치한 짓거리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솔직히 지친다. 이런 세상에서“사랑하자, 사랑하자”라고 핏대를 세우고, 눈에 보이는 돈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추구하자는 그 삶의 방식이. 차라리 두 손 다 내려놓고, 그냥 쉬고 싶다는 알뜰한(?) 유혹까지도 생긴다.
  사랑으로 말미암은 기쁨보다는 사랑으로 말미암은 슬픔과 괴로움, 고독과 외로움이 더 크게 다가오고, 더 실제적인데,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사랑하려고 하는가? 사랑하면 아프고, 사랑하면 힘들고, 사랑하면 결국은 나를 내어주어야 하는데, 그 불편하기 그지없는 것을 왜 하려고 하는가? 하느님 몰라도 살고, 굳이 하느님 알아야 행복해지고, 하느님 모르면 불행해지는 것도 아닌데, 뭐 때문에 사랑하려고 하는가? 그럼, 사랑하지 말까? 정도 주지 말고, 따뜻한 눈길도 주지 말며, 그렇게 한번 살아볼까? 덜 불편해하고, 덜 힘들게 살아볼까? 그렇게 살면 또 어때?
  그러나“사랑하지 말자”는 절망의 말,“죽자”라는 말이다. 잠시 털썩 주저앉아 퀭한 눈으로 망연자실 하늘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를 깨물자.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길을 달려가자. 그리하여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자.“죄에 맞서 싸우면서 아직 피를 흘리며 죽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지 않았는가?”(히브 12, 4 참조)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36 2374호 2016.03.20  십자가, 이미지를 넘어 메시지를! 조욱종 신부  249
35 2388호 2016.06.26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펼쳐진 풍경도 달라진다. 이균태 신부  244
» 2396호 2016.08.21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길을 달려가십시오. 그리하여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십시오.”(히브 12, 12∼13) 이균태 신부  221
33 2399호 2016.09.11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 조영만 신부  197
32 2378호 2016.04.17  교회의 길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이균태 신부  192
31 2407호 2016.11.6  죽음에 대한 예의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20, 38) 김상효 신부  168
30 2409호 2016.11.20  그리움 이균태 신부  165
29 2369호 2016.02.14  오래된 유혹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루카 4, 3) 김상효 신부  149
28 2398호 2016.09.04  네로와 BJ 그리고 혐오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루카 14, 27) 김상효 신부  146
27 2400호 2016.09.18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이균태 신부  132
26 2391호 2016.07.17  우리 시대에 좋은 몫(루카 10, 42)을 택하는 일 - 개인 탓이 아닌 공동선을 위하는 일 이균태 신부  120
25 2382호 2016.05.15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자란다. 敎學相長의 자리 : 교회와 세상 이균태 신부  119
24 2385호 2016.06.05  너에게 -“젊은이야, 일어나라.”(루카 7, 14) 김상효 신부  115
23 2380호 2016.05.01  명령과 약속 조영만 신부  107
22 2402호 2016.10.02  믿음의 분량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 5) 김상효 신부  106
21 2403호 2016.10.09  길을 묻는 시대 조영만 신부  96
20 2370호 2016.02.21  영광스런 변모와 자비의 특별희년과의 연관관계 찾아보기 조욱종 신부  96
19 2404호 2016.10.16  그대, 잘 지내시는지요? 이균태 신부  94
18 2394호 2016.08.07  사드(THAAD)와 금송아지 김상효 신부  91
17 2364호 2016.01.10  지금 여기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루카 3, 21) 김상효 신부  88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