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85호 2016.06.05 
글쓴이 김상효 신부 

너에게 -“젊은이야, 일어나라.”(루카 7, 14)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너에게 강력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예전 같으면‘이놈, 저놈’하면서 닦아세웠을 텐데
너의 불안한 시간들 틈바구니에
내 나무람이 행여 쐐기가 되어 너의 영혼이 쪼개질까
난 그저‘잘 지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미사는 와야지?’차마 이 말도 못했다.
너 젊은이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말이더냐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불투명한 내일은 오늘을 갉아먹는데
너의 우스갯소리에도 난 웃어 줄 수가 없구나.

나에게 능력이 있다면
“젊은이야, 일어나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너를 부둥켜안고 당당히 내일로 가자고 말할 수 있다면...
어른인 나는 너에게 한 발 디딜 땅도 마련해 주지 못했고
너의 미래를 앞당겨 지금껏 다 탕진해 버렸는데
너에게 가야 할 실패할 권리도 도전할 여백도 미리 다 소모해 버렸는데
너는 바스락거리는 웃음을 웃고 있구나.

‘그래도 미사는 와야지?’‘네 잘못이 아니야 ’
‘장미야 너의 가시로 너 자신을 찌르진 마’
 차마 이 말을 못했다.

* 통계청 발표 2016년 2월 청년 실업률 12.5%, 1999년 통계작성이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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