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80호 2016.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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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영만 신부 |
명령과 약속
조영만 신부 / 메리놀병원 행정부원장 bapcho@hanmail.net
“꼭 살려내라.”는 다그침도,“빨리 죽고 싶다.”는 하소연도, 함께 잠들었다 같이 눈을 뜨는 곳이 병원입니다. 당연히 병원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건만, 그 마지막 순간에 동행하는 것 역시 무시 못 할 중차대함입니다.
생명(生命).‘살아라!’는 명령은 어쩌면‘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약속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선택과는 무관한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란 명령은 그리 시작되었고, 그 마침 역시“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시던 약속과 이미 마주하였으니까.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며 법안을 만들고 완화의료 병동을 대폭 늘이겠다고 나서지만, 참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여전히“생명, 그 자체”입니다. 감히‘생명의 질’을 논하기에, 인간은 미망(迷妄)하고 자본은 교활합니다.
그 어떤 생명에 대해서도‘명령과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이것에 반하는 모든 탐욕과 담합은 제거되고 폭로되어야 합니다. 살아야 하는 생명들이 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자기결정권이니 존엄성 따위는 법률이나 권력이 수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생명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의‘명확한 고집’입니다.
모든 생명은 끝까지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입니다. 그러니“가만히 있어라, 모른 척 넘어가고, 잠잠히 잊어라.”하지 말아주십시오. 이것 때문에 더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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