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74호 2016.03.20 
글쓴이 조욱종 신부 

십자가, 이미지를 넘어 메시지를!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1890년 죠조 신부는, 신자라고는 한 명도 없는 부산지방에 교회를 세웠고, 그 부산성당은 3년 만에 무려 2,000여 명의 공동체로 성장하였다. 1893년 죠조 신부는 전라도 배재로 옮겼는데, 배재가 동학란의 중심지에 해당한 탓에 동학도의 박해가 심하여 이를 서울의 주교에게 알리러 가던 중 청군에게 잡혀 총살을 당하고 말았다. 1894년 7월 29일 29세의 젊은 나이였다. 서학인 천주교의 새로운 세상과 동학의 주체적 민중봉기!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불러온 갈등을 외국인 선교사가 이해하기는 퍽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박해와 순교는 폭력의 산물이다. 그 누구도 순교를 즐겨 자원하는 사람은 없다. 폭력당하기를 스스로 요청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살아서 나눔을 통해 충만한 행복을 누리고, 살아있는 동안에 하느님을 더 깊이 아는 만큼 더 큰 행복을 누리는 것이 신앙생활이기에 말이다. 오히려 순교란 폭력에 대한 저항이라 하겠다. 그러한 폭력을 새삼 환기시키는 이가 프란치스코 교황인데, 그는 경제에서의 구조적 폭력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2014년 8월 방한 당시에도 교황청은 한국 정부와 한국의 언론들에게“교황의 이미지보다 교황의 메시지를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단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들에게는 교황의 메시지보다 이미지만 남아있는 듯하다. 교황청의 우려대로 한국의 언론들이 그렇게 만들었고 그래서 프란치스코 충격도 한국에서는 덜하다. 
  폭력으로 얼룩진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오늘부터 우리는 성주간을 경건하게 맞이한다. 성주간이야말로 주님 십자가의 이미지보다 십자가의 메시지가 더 중요한 때 아니겠는가. 동지와 적이 구별되지 않는 혼돈 속에서 발생한 죠조 신부와 같은 비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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