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4호 2016.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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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균태 신부 |
그대, 잘 지내시는지요?
이균태 신부 / 해양사목 lee2kt@gmail.com
각종 재난과 재해에 대한 부실한 매뉴얼, 혹은 그 부재 때문에 갈팡질팡하기도 했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살아남기 위해서 당연히 요구되는 덕목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난 9월의 지진과 10월의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생채기에도 이제 조금씩 새살이 돋고, 혼미했던 정신들을 가다듬을 수 있을 만큼 주변도 정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는 명제가 몸 구석구석에 새겨질 만큼 학습된 덕분에 400여 차례가 넘었던 여진의 불안 속에서도 백성은 매일 저녁 8시 30분경이면, 집 밖으로 나와 위험요소가 덜 한 공터에 모이면서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수마가 한두 차례 이 땅을 헤집고 설쳐대는 통에 이미 물난리에 이골이 난 백성이지만, 이번 태풍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처럼 들이닥쳐서 그런지 큰 피해가 났습니다. 그래도 백성은 이번 태풍을 또 견뎌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인정머리 없는 재판관과 그 재판관에게 그래도 끈질기게 매달리는 과부 이야기는 한낱 성경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땅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이야기이며, 이러한 인식은 크나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아니, 세상에 그런 재판관이 어딨어? 설마 상상이겠지? 이런 말들을 우스갯소리로 하며 사는 세상이 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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