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91호 2016.07.17 
글쓴이 이균태 신부 

우리 시대에 좋은 몫(루카 10, 42)을 택하는 일
- 개인 탓이 아닌 공동선을 위하는 일

이균태 신부 / 복산성당 주임 lee2kt@gmail.com

“놀면 뭐해? 부지런히 일해야 밥이라도 빌어 먹지.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마!”(2테살 3, 10 참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이런 소리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잘 살아 보세.”매일 노래를 부르며, 사람 대우를 못 받아도,‘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어금니를 악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아, 뼈가 부스러질 때까지, 손가락이 잘릴 때까지 열심히 일했습니다. 생리로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도, 신장염으로 온몸이 퉁퉁 부어도, 정년퇴직 하나 바라보며 꾹꾹 참으며 살았습니다. 임금피크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자리가 없어 우리 아이들이 일을 못하면 안된다고 나이 든 내가 조금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착한 일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자식놈들 공부 뒷바라지에, 결혼까지 다 시키고, 이제 아내(남편)와 함께 오붓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었는데, 인생 늦깎이지만, 마리아처럼“좋은 몫”을 택해서 하느님 말씀도 좀 듣고, 좋은 데 구경도 다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때도 그랬다고 어깨도 한번 으쓱하고, 봉사활동도 힘닿는 대로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요즈음은 은퇴하고 나면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하나? 나는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좋은 몫을 선택할 수 없게끔 하는 현실 생각에 밤잠을 설칩니다. 오늘 밤에도 변변한 안주 하나 없이 소주 한 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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