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순간마다

가톨릭부산 2021.02.10 11:25 조회 수 : 36

호수 2638호 2021.02.14 
글쓴이 사회사목국 
숨 쉬는 순간마다

 
사회사목국(051-516-0815)

 
   건강하게 태어났던 지영이(가명, 16세)는 3살이 되던 해, ‘근긴장성 이영양증’(근디스트로피, 희귀난치코드 : G71)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인공호흡기를 통해서만 온전히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이 병은 근육을 점점 경직시키고 폐 기능 저하와 같은 다른 합병증을 일으킵니다.
 
   매일 누워있는 지영이는 또래보다 키와 몸무게가 작고, 의자에 잠시 앉아있는 것도 힘들며, 유동식을 먹어야 하기에 일반식을 먹어본 기억조차 없습니다. 일반적인 질병과는 다르게 투병 생활에 힘든 점이 참 많습니다.
 
   지영이의 일과는 오전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오후에 재활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중에서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유일하게 자유로운 검지로 리모컨을 조작하여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때입니다.
 
   지영이에게는 같은 병을 앓고 있던 오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곁에 없습니다. 2년 전 합병증으로 가족의 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동생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늘 함께였던 오빠의 부재로 인해 지영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병은 원인을 알 수 없기에 개발된 치료 약이 없어 진행을 늦추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재활 치료와 합병증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비용을 감당하기에는 근로소득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공적 자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집과 자동차가 자산으로 책정되어 있어 그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통원 치료 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자동차를 포기할 수도,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 의료장비를 놓아둘 공간이 있는 집을 쉽게 처분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지만, 그래도 지영이네 가족은 언제나 그래왔듯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일용직 근로로 밤낮이 없는 아빠와 24시간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는 엄마 곁에서 지영이는 고마움을 찾습니다.
 
   지영이에게는 가끔 휠체어를 타고 엄마와 하는 산책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쁨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보다 외출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창밖을 바라보며 자유를 꿈꿉니다.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평화와 기쁨을 누리도록 지영이와 지영이네 가족에게 교우님들의 사랑을, 숨결을, 나누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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