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37호 2019.04.07 
글쓴이 사회사목국 

희망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합니다
 

사회사목국(051-516-0815)
 

   “큰 욕심 부리지는 않지만, 소망이 있다면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허름한 여인숙의 좁은 방에서 지내는 현배(78세, 가명) 씨의 말입니다. 돌보아줄 가족도 그 누구도 없이 외로이 홀로 지내며 즉석밥과 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그에게 지금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긴 한숨을 내뱉으며 현배 씨는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담담히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그는 아홉 살이었고, 피난 도중에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졌습니다. 여느 전쟁고아들처럼 동냥하며 떠돌다 운 좋게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열두 살이 되자 수용인원이 포화상태가 된 고아원은 그를 세상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동정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고아에다 가진 것과 배운 것조차 없는 그를 무시하고 깔보는 이들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 늘 걸림돌이 되었고 가끔씩 찾아오는 기회조차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단기 일용직 작업반장으로 일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젊음 하나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몸이 쇠약해져갔고, 폐지를 주워 팔며 근근이 하루를 살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배 씨는 자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종이 뭉치를 드는데도 손이 떨렸고, 리어카를 끌 때마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너무나도 힘겨웠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결과는 암담했습니다. 치매가 시작되고 있었고 뇌졸중 위험 소견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는 않았고, 치료비로 살림살이는 더 힘들어졌으며, 결국에는 지금의 허름한 여인숙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치매가 갈수록 심해져 약을 챙겨먹는 것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그는 생에 대한 희망만큼은 놓아버리지 않습니다.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바라는 그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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