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

가톨릭부산 2018.12.12 10:20 조회 수 : 103

호수 2519호 2018.12.16 
글쓴이 사회사목국 

엄마의 기도
 

사회사목국(051-516-0815)
 

  “엄마, 당신을 울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내가 내일 이 시간에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살아가세요. 계속 살아가세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를 들으면, 마치 민서가 저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다섯 살 민서에게 남은 시간은 2년입니다. 올여름 방광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 걷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눈에 초점이 없어졌습니다. 응급실에 가보니 머리에 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이미 커질 대로 커져서 손을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철없던 시절 13살 연하 남편을 만났을 때 같이 찾아온 딸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라 믿었기에 저는 엄마가 되었지만 남편은 아빠이기를 거부했습니다.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없어 결국 민서는 아빠 없이 커야 했습니다. 예쁜 딸을 돌보는 것도 중요했지만 저에게는 먹고사는 것이 더 급했습니다. 아침 일찍 민서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식당에서 일했고, 집에 돌아오면 고작 3시간 정도 민서와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하루 2~3번밖에 분유를 먹이지 못한 것도, 여행 한 번, 그 흔한 놀이공원 한 번 못 가본 것도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때 분유 한 번 배부르게 먹여 키웠다면 종양이 생기지 않았을 것만 같습니다.

  점점 야위어 가는 아이와 언젠가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병원비가 걱정입니다. 간병하느라 식당도 그만두었는데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맛있는 과자라도 마음 편하게 사 주고 싶은데, 단돈 천원을 쓰는 것도 사치로 느껴질 뿐입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 걸까요. 민서는 울지 않습니다. 2달이 다 되어가는 병원생활이 지치고 힘들 텐데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잘 놀고 잘 웃습니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제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습니다. 라디오에서 계속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가 들려옵니다.

  “난 가야만 해요. 엄마. 죽고 싶지 않아요. 가끔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라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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