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가장

가톨릭부산 2021.12.15 11:27 조회 수 : 33

호수 2682호 2021. 12. 19 
글쓴이 사회사목국 
스무 살 가장

 
사회사목국(051-516-0815)


 
   여섯 살 때부터 민성(가명, 만 19세)이는 동생 지성(가명, 만 16세)이와 함께 친할머니의 손에 자랐습니다. 사업을 실패한 아버지가 이혼하면서 두 아들을 모친에게 떠넘기고 서울로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손에 맡겨진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마저도 단절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형제는 부모님의 사랑이 필요한 나이에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어렵게 홀로 살아가던 할머니는 갑작스레 손자들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민성이는 본당 앞마당을 집처럼 여기며 자라왔고, 주일학교 간식을 받으면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참고 할머니에게 드릴 만큼 속이 깊었습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민성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내신 1~2등급을 유지할 만큼 공부를 잘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품었지만, 고가의 장비와 학원비를 지금 형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자신이 가고자 했던 대학교와 학과가 아닌 취직이 잘 되는 과가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였습니다. 그마저도 성당과 주변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할머니가 작년에 치매 판정을 받음으로써, 15년간 손자들을 돌보아 왔던 할머니는 돌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두 형제는 할머니를 정성껏 모셨지만, 얼마 전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두 손자를 남겨두고 선종하였습니다. 할머니의 존재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었던 두 형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용돈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민성이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동생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고, 이러한 삶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한창 하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했던 민성이는 벌써 군대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년에 입대를 생각하고 있지만, 고등학생인 동생을 홀로 남겨둘 수가 없어 생계유지 곤란사유 병역감면제도를 신청해 보려 합니다.
 
   민성이와 지성이는 어릴 적부터 두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방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다 보니 우애가 깊어졌습니다. 이제 두 형제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될 것입니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동생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 민성이가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동생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교우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신협 131-016-582122
부산은행 101-2017-0218-01
예금주 : 천주교부산교구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191 2808호 2024. 4. 14  지금 주님을 찾고 있을 그녀에게 file 사회사목국  7
190 2804호 2024. 3. 17  작은 빛이 짙은 어둠을 밝히듯 file 사회사목국  15
189 2800호 2024. 2. 18  위대한 사랑의 힘 file 사회사목국  27
188 2796호 2024. 1. 28.  온 가족이 함께하기를 file 사회사목국  26
187 2788호 2023. 12. 17  무거운 걸음에서 가벼운 걸음으로 file 사회사목국  23
186 2783호 2023. 11. 12  가족이 함께 있는 순간 file 사회사목국  24
185 2779호 2023. 10. 15  아이들과 함께할 행복한 미래 file 사회사목국  10
184 2774호 2023. 9. 10  세호 씨의 간절한 기도 file 사회사목국  29
183 2771호 2023. 8. 20  시련 속에서도 맞잡은 손 file 사회사목국  19
182 2765호 2023. 7. 9  희망의 빛 file 사회사목국  13
181 2762호 2023. 6. 18  든든한 버팀목 file 사회사목국  15
180 2757호 2023. 5. 14  희망찬 미래 file 사회사목국  21
179 2753호 2023. 4. 16  가족이 있기에 사회사목국  13
178 2748호 2023. 3. 12  엄마의 기도 file 사회사목국  46
177 2744호 2023. 2. 12  엄마의 마음 file 사회사목국  22
176 2739호 2023. 1. 8  한 줄기 빛이 희망이 되기를 사회사목국  19
175 2735호 2022. 12. 11  점점 커지는 희망 file 사회사목국  17
174 2731호 2022. 11. 13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file 사회사목국  24
173 2726호 2022. 10. 9  마지막 소원 file 사회사목국  27
172 2722호 2022. 9. 11  아들과 함께 file 사회사목국  33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