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가톨릭부산 2021.11.10 13:50 조회 수 : 29

호수 2677호 2021. 11. 14 
글쓴이 사회사목국 
새로운 시작

 
사회사목국(051-516-0815)


 
   30대 초반이었던 춘련(가명, 만 53세) 씨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있는 친척 집에 돈을 벌러 갔습니다. 하지만 네 차례나 중국 공안에 잡혔고 북송을 당해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텨야만 했고, 허약해진 몸으로 겨우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붙잡힐까 두려웠지만 마지막 탈출을 시도해, 2004년 8월에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춘련 씨는 말투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한국에 적응하는 데만 3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탈북민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상호(가명, 만 57세) 씨를 만났습니다. 당시 상호 씨는 일용직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춘련 씨는 그의 조건이 아닌 인품 하나만을 보고 결혼하였습니다. 그 이듬해인 2008년, 소중한 아들 지혁이(가명, 만 13세)를 얻었습니다. 비록 경제적 상황은 어려웠지만, 3명의 가족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2021년 3월 어느 날 오후, 춘련 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소 건강하던 남편이 공사 현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수술실이 없어 침상에 방치되어있는 남편을 보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수술을 받았지만, 남편은 끝내 선종하였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장의비, 유족연금 등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일과 뇌출혈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해당 사항 없음을 통보받았습니다.
 
   경찰이 꿈인 중학생 아들이 아버지의 부재로 잘못된 길로 빠지지는 않을지, 사춘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너무 걱정입니다. 친구들과 비교당하기 싫어서 시장에서 파는 옷과 신발을 거부하는 아들의 모습에 춘련 씨는 무척 속상합니다. 많이 먹고 한창 클 나이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는 것조차 망설이게 되는 현실에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춘련 씨는 예전부터 허리가 불편해 보호대가 없으면 외출이 힘든 상황이었고, 남편의 죽음 이후에는 극심한 우울증마저 앓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급성 공황장애 판정까지 받아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어 일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남편을 잃은 슬픔과 아들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지 걱정에 잠겨있지만, 성당의 불빛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춘련 씨. 17년 전, 한국에서 새 출발을 한 것처럼 아들과 함께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교우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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