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사연

가톨릭부산 2020.06.10 10:22 조회 수 : 20

호수 2601호 2020.06.14 
글쓴이 사회사목국 

봄을 기다리는 사연
 

사회사목국(051-516-0815)
 

   날씨가 안 좋으면 괜히 우울하고 신경질적이게 되고, 날씨가 좋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게 바로 ‘봄’이 아닐까 합니다. 길을 가다가 진창물에 발이 빠져 신발이 젖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그런 계절. 그런데 저희가 만난 레오 씨(가명, 61세)의 월세방은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찬 한겨울 같았습니다.

   물론 그에게도 찬란한 봄날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자부심에 행복했고,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직원이자 가정에서는 든든한 가장이었거든요.

   그런데 14년 전 함께 일하던 동료의 실수로 현장에서 추락해 골반과 다리를 다쳤습니다. 수차례의 대수술에도 회복은커녕 입원 중에 신장병까지 발병해 평생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했고,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발가락 괴사로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장을 누벼야 하는 그에게 잦은 입원과 퇴원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그는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긴 병에 효자 없고 장사 없다고 했던가요? 자신을 지켜주던 가족들은 하나둘 떠나갔습니다. 고맙게도 누나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홀로 사는 남동생이 자신을 돌보아주겠다고 했지만, 병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14년 전 절단했던 오른쪽 발가락에 염증이 생겨 두 발에 전이되었고, 결국 오른쪽은 두세 번째 발가락만 남겨두고 절단하였으며, 왼쪽은 골반 아래로 모두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어버린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휠체어와 의족 없이는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살아갈 희망마저 잃었지만, 누나와 동생의 격려로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의지했던 누나는 양로원으로, 남동생은 최근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남동생의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지만, 수중에 돈이 없어 집 보증금을 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금자리마저 잃어버릴 상황이어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사목국과 복지관, 구청이 협력하여 긴급하게 보증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 치료와 생계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어느덧 꽃이 지고 봄은 가고 있지만, 레오 씨에게는 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레오 씨와 대화하면서 꽃이 진다고 반드시 봄이 지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이 진 그 자리에 진한 향기가 남아 있다면 여전히 봄은 아직 살아있는 것이니까요.

   봄을 잃어버린 레오 씨에게 여러분들께서 봄을 안겨드리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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