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5호 2017.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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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강정웅 신부 |
본당이 우리 집 아닙니까?
강정웅 신부 / 반송성당 주임 k-joyce@hanmail.net
우리 본당 어르신 한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연세가 많으심에도 당신 몸 아끼지 않으시고 이제나저제나 본당 걱정이 많은 분이십니다. 본당 건물이 오래되어서 여기저기 페인트칠이 벗겨진 곳이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계십니다. 궂은 날씨라도 상관없이 본당 안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보이면 그저 묵묵히 손에 연장을 들고 일을 하고 계십니다. 수고비를 드리는 것도 아닌데 본당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시는 모습에 본당 사목자로서 큰 감동을 받습니다.
어느 날 어르신께 여쭤보았습니다. 이날도 땀을 뻘뻘 흘리시며 담벼락의 페인트칠이 벗겨진 곳에 페인트칠을 하고 계셨습니다.“매번 이렇게 일하시는 게 힘들지 않으십니까?” 저의 질문에 어르신께서는 엷은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이었습니다.“신부님, 본당이 우리 집 아닙니까? 우리 집 일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힘든 게 없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데요.”
어르신의 대답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은 평소에 본당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평상시 어르신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본당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본당을 위해 하는 일이 그 어떤 일이라 해도 자발적으로 기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본당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며 늘 아끼고 가꾸는 어르신 덕분에 우리 본당 곳곳은 언제나 환하게 빛이 납니다.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늘 밝게 웃으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봅니다. 본당 사목자로서 감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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