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 플리마켓(Flea Market)

가톨릭부산 2017.06.14 10:37 조회 수 : 4568

호수 2439호 2017.06.18 
글쓴이 김상효 신부 

본당 - 플리마켓(Flea Market)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플리마켓이라는 단어는‘벼룩시장’정도로 옮길 수 있는 말이다. 각자가 만든 소량의 음식이나 상품, 혹은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을 조심스레 내놓고 판매하는 장터이다. 대기업이 펼쳐놓은 대규모 매장에서 기대하는 풍성함이나 완벽함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나름대로 의미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누가 사가겠냐?’싶은 물건도 누군가에는 좋은 의미가 되어서 팔려나간다. 플리마켓의 물건들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 판매로 거래된다. 꼭 거기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거기에 있다.‘무엇이 꼭 있을 것이다’는 예상을 하며 찾아갈 수는 없으나‘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곳이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몇 개 만들어 놓은 작품 - 그렇다. 상품이 아니라 작품 - 을 뿌듯한 마음으로 사들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본당들은 대부분의 본당들이 갖추어야 하는 일종의 꼴을 따르며 조직되고 운영된다. 이 꼴(스탠다드)을 갖추기 위해서 또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어떤 경우에는 이를 위해 본당 역량의 대부분을 소모하기도 한다. 물론 교회 역사 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본당 조직과 운영의 방식들은 교회의 전통이기도 하고 자산이기도 하다. 이들은 복음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는 것들이다. 그러나 달라진 환경에 새롭게 적응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기관을 단순화하는 진화의 과정도 순리가 아닐까? 예를 들자면, 어떤 신심활동이든지 꼭‘본당-지구-교구-전국’으로 이어지는 거대 조직체를 완성해야 그 신심운동이 성공했다고 믿는 듯한데, 일사불란한 의사전달체계를 구축해야 안심하는 이 방식은 기초대사량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게 아닐까? 적음(少)에 익숙해져야 할 환경에서 플리마켓의 미덕들을 좀 들여다봐야 하는 건 아닐까?‘우리 본당에는 모든 것이 다 있지는 않지만 좋은 것이 꼭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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