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22호 2017.02.19 
글쓴이 김상효 신부 

본당 : 쉼터(Shelter)인가? 체육관(Gym)인가?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신앙생활의 동기를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마음의 평화’를 이야기한다. 지친 일상을 살다가 고요한 성전에서 마음의 평정을 복구하는 것은 신앙의 좋은 열매이다. 시끄러운 세상사 속에 어쩔 수 없이 아옹다옹 살아야하는‘세속인’으로서 생각할 때 본당은 우리의 좋은 쉼터이다. 마땅히 본당은 평화와 고요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편히 누일만한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열망을 지닌 다수가 함께 몸담고 있는‘공동체로서의 본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의 평화를 위해서 누구는 속상한 일을 맡아야 한다. 누군가의 천사 닮기를 위해 누군가는 악마 같은 신경전을 벌여야 하기도 한다. 나의 평화로운 기도와 침잠을 위해서 옆 사람은 자주 방해꾼이 되기도 한다. 본당의 이런저런 일을 담당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내 신앙의 동기, 즉‘마음의 평화’를 저 멀리 밀쳐내 버린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좋은 마음으로, 좋은 상태로 홀로 있고 싶어지기도 한다.
  본당의 또 다른 얼굴은‘체육관(gym)’이다. 체육관은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우리의 근육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다. 심박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힘든 뜀박질을 한다. 잘 통제된 환경에서 나를 조금씩 위험하게 만들어서 나를 강화시키는 행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이 체육관이다. 체육관에서 힘들어지는 것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본당은 비교적 온유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좀 실수해도 나를 여전히 품어줄 만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얼마간 위험이 통제된 곳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우리는 안심하고 운동해도 된다. 내 영혼의 숨겨진 근육들을 자꾸 움직여서 나를 단련해도 된다. 공동체 구성원들 중 누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혹은 나의 침잠을 방해하면, 체육관 구석에 앉아서 주눅 들어 있는 나를 일깨우는 트레이너의 목소리로 알아듣자.
  본당을 쉼터라고 보든, 체육관이라고 보든, 본당은 우리 여정의 종착지는 아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36 2439호 2017.06.18  본당 - 플리마켓(Flea Market) 김상효 신부  4568
35 2461호 2017.11.19  기쁜 소식이 머무는 ‘보금자리’ 강정웅 신부  230
34 2454호 2017.10.01  작은 꽃들의 합창 김명선 신부  193
33 2443호 2017.07.16.  차 한 잔을 건네는 마음 강정웅 신부  168
32 2424호 2017.03.05  고해소는 주님의 자비를 만나는 곳 전동기 신부  167
31 2455호 2017.10.08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강정웅 신부  164
30 2415호 2017.01.01  본당이 우리 집 아닙니까? 강정웅 신부  162
29 2452호 2017.09.17  삶이 무척 괴로울 때 전동기 신부  160
28 2456호 2017.10.15  본당을 위한 제언(3) - 사람 김상효 신부  155
27 2421호 2017.02.12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님을 떠나지 않기를 강정웅 신부  155
26 2460호 2017.11.12  보시니 좋았다 김명선 신부  149
25 2435호 2017.05.21  성가정의 축복 강정웅 신부  135
24 2450호 2017.09.03  주보를 통해 전해지는 사랑 강정웅 신부  132
23 2441호 2017.07.02  신독(愼獨)을 아십니까? 전동기 신부  132
22 2411호 2016.12.04  “본당의 복음자리”를 시작하며 - 익숙함과 낯섦에 대하여 김상효 신부  114
21 2413호 2016.12.18  함께 하여 좋아라! 김명선 신부  110
20 2451호 2017.09.10  본당을 위한 제언(2) - 공유 김상효 신부  107
19 2425호 2017.03.12  주님 안에서의 변화 김명선 신부  106
18 2438호 2017.06.11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도 강정웅 신부  105
17 2420호 2017.02.05  성장의 숨결 김명선 신부  101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