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어린이처럼

가톨릭부산 2017.07.05 09:57 조회 수 : 50

호수 2442호 2017.07.09 
글쓴이 김명선 신부 

철부지 어린이처럼
 

김명선 신부 / 전포성당 주임 johnkms@hanmail.net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가뭄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장대 같은 비가 쫙쫙 쏟아지면 좋으련만 겨우 먼지만 날리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린다. 그 반가운 비가 하필이면 오늘 내리는 것이 애석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르신들이 1박 2일로 피정을 떠나시기 때문이다. 자신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적인 욕심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야 어찌 되었든 어르신들이 피정을 통하여 즐거움이 가득한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좋지 않은 날씨임에도 출발 전에 드리는 미사에서부터 설레고 흥겨워하시는 모습들이 마치 어린이들이 소풍을 떠나는 듯했다. 미사를 마치고 버스와 승합차에 올라타시는 모습에도 힘이 넘쳐 보인다. 일상에서 벗어나 시간을 가지는 마음은 나이랑은 상관이 없나 보다.
  피정지도 신부의 멋진 강의에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잘 보이시지도 않는 눈망울을 굴리며 열심히 듣는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강의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젊은 학생들의 모습이다. 몸은 불편하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임하시는 모습에 부러움이 앞선다. 밤 시간에는 떼제 기도를 통하여 주님 안에 푹 빠져들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우러진다. 다음 날 맑은 공기 가득한 아침을 열면서도 주님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뭉쳐져 있으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들이 만들어져 간다. 어르신 모두가 삶의 지혜와 풍성한 지식들을 지니고 있건만 마치 철부지 어린이처럼 하느님 안에 머무르며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는다. 그런 모습에서 인간의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지혜가 드러나고, 주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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