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12호 2016.12.11 
글쓴이 전동기 신부 

훈기가 도는 따뜻한 본당 공동체

전동기 신부 / 우동성당 주임 jundki@daum.net

  일전에 장안사 단풍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떨어진 이파리들도 참 곱고 사각사각 밟히는 느낌도 참 포근하였습니다. 따뜻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걸으면서 우리 본당도 아름답고 따뜻함이 감도는 정겨운 본당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새삼스럽게‘교회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져 보았습니다. 교회란 말은‘에클레시아’라는 희랍어에서 가져온 말인데,‘불러 모은다’는 말입니다. 한자어로 봐도‘敎會’란‘가르칠 교, 모일 회’입니다.
  한마디로 교회는 글자부터 공동체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공동체가 아름다우려면 우선 어떠해야 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따뜻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개 사람이 모이면 훈기가 돌기마련이고, 그런 가운데 기쁨이 있고 친교가 있고 따뜻한 사랑이 넘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은 여전히 쌀쌀하고 딱딱한 편입니다. 그리 살갑고 친절하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벼루다가 용기를 내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성당을 찾아왔는데 본당신부가, 수도자가, 사무장이, 관리인이 무뚝뚝하게 건성으로 대한다면 그는 아주 실망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냉담했다가 마음을 다시 잡고 성당에 왔는데 역시 싸늘함을 경험한다면 그는 아주 실망할 것입니다.
  서방에서 온 어느 기자가 달라이라마에게 물었습니다.“종교란 무엇입니까?”달라이라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간결하게 대답했습니다.“예, 종교는 친절한 마음입니다.”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교리와 신학이 빈틈없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더라도, 그 안에 따뜻함이 없으면, 감동이 없으면, 사랑스러움이 없으면‘이 좋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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