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6호 2017.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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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효 신부 |
본당 : 몸과 옷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우리가 몸담고 있는 본당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조직과 단체, 그리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것들 중 어떤 것들은 신앙의 중요한 핵심으로, 그리스도께서 만드신 교회의 원형에 기초하고 있어서,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그날까지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들이다. 이를 그냥 시적으로‘몸’이라고 표현해 보자. 또 어떤 것들은 그때그때 혹은, 상황 상황에 따라서 만들어져서 그 시대와 그 상황에 교회 공동체가 응답한 결과 생겨난 것들이다. 이를 그냥 시적으로‘옷’이라고 표현해 보자.
옷은 몸을 위하여 존재하나 몸 자체는 아니다.
옷으로 몸을 보호하거나 돋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옷은 언제나 입고 벗고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옷은 언제나 쌓여간다.
한정된 옷장(본당)은 그때 그때 생겨난 옷들로 인해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옷을 내 몸의 일부라 여기게 되어서,
혹은 내 삶의 일부라고 여기게 되어서 쉬이 버리지 못한다.
그것을 버리는 것과 내 몸의 일부를 버리는 것을 동일시해 버린다.
그런 행위는 열심하지 못한 것이 되거나,
불신앙 비슷한 것이 되어 버린다.
잘 입지 않거나 입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옷을 바라보며
‘그때는 이 옷 입고 참 행복했었는데...’라며 한숨짓는다.
누군가는‘그때 그 옷 어떻게 했어?’라며 다그친다.
원래 어떤 옷을 옷장에 쟁여놓게 된 사연이‘어딘가에서 유행하니...’,‘누가 입고 있으니...’, 혹은‘누가 입으라고 하니...’였으므로 이것들을 처분하는 것도 주체적일 수 없다. 그래서 옷장은 나에게 맞지 않은 옷들로 가득 차 있다. 옷은 많으나 입을 옷이 없는 것이다.
옷장이 가득 차서 당장 입을 옷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본당의 조직이나 단체, 그리고 시스템을 이런 구도로 낯설게 바라보자. 한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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