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1호 2016.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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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효 신부 |
“본당의 복음자리”를 시작하며 - 익숙함과 낯섦에 대하여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너무나 친숙한 것들이 가끔 우리를 낯설게 만들기도 한다.
앤디워홀이라는 팝아티스트는 스프 깡통 사진을 대량 복제해서 캔버스에 올렸고 그것을 갤러리에 걸었다. 그 깡통은 너무나 흔한 소재라 예술이라 여겨지지도 않았던 그저 생필품이었다. 그 유명한‘캠벨스프’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멈춰 서게 했다.
2017년 우리 교구의 사목지침이 정한 방향은‘본당 복음화’이다. 그래서 올 한 해 동안 우리 주보의 바로 이 자리에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실으려고 한다.
본당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환경이라,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그냥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공간이다. 사실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가 속한 본당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익숙함이 오히려 우리의 성찰을 방해한다면,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고민들을 방해한다면 누군가 또‘캠벨스프’를 그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본당에서 만나고 있고 또 만나야 할 사람들은, 2017년 우리 교구 사목지침에 의하면, 첫째, 평소에‘우리’라고 부르며 살고 있는“정기적으로 공동체 전례에 참여하는 신앙인들”이고, 둘째, 그‘우리’에서 얼마간 소원해져서“마음은 교회를 떠나 있고 더 이상 신앙의 위로를 받지 못하는”사람들이고, 셋째, 아직‘우리’안에 들어오지 못한“그리스도를 모르거나 그분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본당의 복음자리”는 올 한 해 동안‘우리’와‘우리가 될 사람들’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해 보려고 한다. 이미 우리에게 있는‘말씀과 성체성사’로부터 나오는 빛으로, 이미 우리가 몸담고 있는‘우리’의 모습을 낯설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자주 멈춰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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