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88호 2020.03.15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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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집" - 욕망, 위선, 그리고 알 수 없는 삶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일상이 변하듯 사람도 변한다. 꽃이 핀다. 꽃잎은 향기를 내다가 떨어진다. 꽃잎은 사랑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또 다른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향기로 가득했던 마당이 언제부터 욕망과 위선의 집이 된 것일까.

   성 같은 큰 집에 음악이 흐르고 파티가 열린다. 사업가로 유능한 어머니는 욕망의 옷을 걸친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며 즐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피에르의 역할은 이오셀리아니 감독이 맡았다. 피에르는 방에 갇혀 개와 친구하며 술만 마시고, 아들과 딸들은 각자의 방에 있다. 화려한 파티는 진행 중이지만 가족은 없다. 기쁨의 포도주가 없는 혼인 잔치처럼.

   영화는 스크린에 다양한 사람들을 풀어 놓는다. 아들 니콜라스는 허름한 옷을 입고 거리의 부랑아들과 어울리며 허드렛일을 한다. 의류 재활함을 뒤지는 청소부는 부자행세를 하며 여자에게 집적댄다. 예측하지 못한 일상에 많은 사람들은 서로 스치고 헤어지며 관계를 맺는다. 감독은 각각의 인물들을 소중히 다루며 사이사이 유머와 삶의 이치를 내려놓는다.

   늘 혼자이던 아버지 피에르는 부랑인과 친구가 되어 개를 데리고 집을 나온다. 배를 타고 가며 안녕을 한다. 부랑아들과 어울리다 감옥까지 갔던 아들 니콜라스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은 아버지의 자리에서 술을 마신다. 어머니의 주인 없는 혼인 잔치 같은 파티는 계속 된다.

   삶은 매순간 알 수없는 일들이 찾아온다. 감독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스쳐 지나간 누군가를 기억하라고 한다. 돛을 단 배를 타고 바다 위를 가며 손을 흔든다. 나는 내 삶을 찾아서 떠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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