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47호 2019.06.16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인생후르츠" - 자신과 가족을 위한 작은 세상
■ 감독: 후시하라 켄시   ■ 2016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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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키키 키린의 잔잔한 내레이션은 일상의 조화를 자연의 섭리에 맡기며 바쁘게 가는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잡아둔다.
   
영화 ‘인생 후르츠’는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와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의 자연과 함께하는 슬로 라이프(slow life, 느린 삶)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건축가인 슈이치 할아버지는 1960년대 나고야 지역의 신도시 개발 계획에 참여한다. 그러나 건물 사이로 풍경을 들여 숲과 도시가 하나로 되는 그의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그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정원에 작은 숲의 세상을 만들어 자신만의 일상을 즐긴다.
   
숲으로 둘러싸인 삼나무 단층집. 정원엔 계절을 알리는 과실나무와 채소들이 노란 이름표를 달고 말을 건넨다. 흙 위로 바삐 움직이는 딱정벌레와 함박 웃는 작약. 수반 가득 채워진 옹달샘에 새들을 초대하는 색연필 그림과 글씨. 노부부의 미소는 빛바랜 가구와 반짝이는 식기처럼 정답게 영글어 간다.
   
낙엽을 긁어모아 썩히고 밭에 뿌리는 일. 그렇게 건강한 흙을 만드는 일은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기름진 흙에서 공을 들인 재료는 자연주의 음식으로 그들 밥상에 오른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주고 수확한 작물은 이웃과 나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그들이 아름다운 것은 작은 것의 소중함을 살피는 섬세함에 있다. 우리도 그렇게 영글어가야 하지 않을까?


■ 이미영 체칠리아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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