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파파’ - 서로에게 건네는 희망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밀알 하나가 땅에 묻혀 절망한다. 땅에 떨어진 밀알은 자신이 이삭으로 변화함을 모른다. 주님은 깜깜한 그곳에서 밀알을 썩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데 말이다.
가난은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시작한다. 여기 하나의 밀알이 되어 일생을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아버지로 살아온 미국인 신부님이 있다. 한국 이름은 소재건.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이다.
이 영화는 하느님의 보물인 어린아이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꿈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데 평생을 바친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신부님은 전쟁으로 갈 곳을 잃은 거리의 아이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한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진정한 파파와 마마로 산다. ‘수녀님들은 아이가 부르면 기도를 멈추고 아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께 먼저 달려가라. 한 명이 행복하면 가족이 행복하고 가족을 잘 돌보면 전체가 행복해진다. 끝까지 달려라! 달리다 목이 마르면 목을 축이고, 지치면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가 다시 달려라.’ 신부님의 가르침은 개개인의 역사가 다른 아이들이 모여 한 사람의 소중함과 인격의 존엄함을 알아가게 한다.
낡아서 기운 수단 한 벌로 자신을 지킨 가난. 넘치고 남아서 버려지는 시대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신부님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주님의 뜻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모두 하나의 밀알이다. 하루가 긴 요즘. 밀알 그대로 있지 말고 서로에게 하루분의 희망을 건네라는 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