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37호 2019.04.07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가을 소나타" - '용서'라는 화음

■ 감독 : 잉마르 베리만   ■ 2012년작


203C16494F60410723.jpg

 

‘가을 소나타’는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과 그의 연인 리브 울만, 대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피아니스트인 엄마 샬롯과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에바가 7년 만에 만나 오랜 애증관계를 확인한다.

에바는 엄마가 요양원에 맡긴, 신체장애를 앓는 동생 헬레나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헬레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샬롯은 놀란다. 피아니스트로 성공한 샬롯에게 장애인 딸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한밤중에 모녀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서로의 상처가 드러나고 발가벗겨진다.

가정보다 예술을 선택한 샬롯(잉그리드 버그만)은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변명한다. 유년기에 엄마의 무관심으로 사랑이 결핍된 에바(리브 울만)는 그동안 감추고 살았던 속내를 드러낸다.

감독은 보통 모녀관계에 대한 생각을 뒤집는다. 모녀의 심리적 갈등을 통해 가치관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당신들은 지금 어떤가?”라고 묻는 것처럼.

쇼팽의 고요한 정서가 담긴 피아노 전주곡 2번. 모녀의 피아노 연주는 대조를 이루며 서로의 성격과 감정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한밤의 격렬했던 말다툼 때문에 샬롯은 도망치듯 떠난다. 에바는 ‘용서’라는 말을 떠올리며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다시는 제 삶에서 엄마를 지우지 않겠어요.”


마음의 상처는 가족이기에 더 아프고 아물지 않는다. 그러나 덧난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다. 마음을 열고 엄마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용서’가 있기에 화음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순 시기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 이미영 체칠리아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23 2627호 2020.12.13  "크리스마스 별장" - 따스한 빛은 사랑에서 온다 이미영 체칠리아  190
22 2623호 2020.11.15  ‘집으로 가는 길’ - 사랑을 이어주는 길 이미영 체칠리아  237
21 2619호 2020.10.18  "타이페이에 눈이 온다면" - 꿈을 향해 나아가야 눈이 내릴 거라고 file 이미영 체칠리아  314
20 2615호 2020.09.20  ‘오! 마이 파파’ - 서로에게 건네는 희망 file 이미영 체칠리아  374
19 2611호 2020.08.23  ‘동동의 여름방학’ - 자신에게 싱그러운 여름방학을 선물하라고. file 이미영 체칠리아  410
18 2608호 2020.08.02  ‘와니와 준하’ - 마음을 열어야 사랑이 피어난다 file 이미영 체칠리아  421
17 2604호 2020.07.05  ‘바그다드 카페’ - 야스민이 되어 행복을 챙기는 게 어떨까 file 이미영 체칠리아  438
16 2600호 2020.06.07  ‘심플 라이프’ - 따뜻한 배웅을 할 수 있을지 file 이미영 체칠리아  455
15 2596호 2020.05.10  ‘플립’ - 내면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살피라고 file 이미영 체칠리아  493
14 2592호 2020.04.12  ‘앙리앙리’ -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적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17
13 2588호 2020.03.15  "안녕, 나의 집" - 욕망, 위선, 그리고 알 수 없는 삶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28
12 2584호 2020.02.16  ‘리틀 포레스트’ - 네 숲에 노란 봄이 오고 있냐고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56
11 2581호 2020.01.26  "예언자" - 영혼의 불이 들어오면 반짝이는 세상이 열린다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27
10 2578호 2020.01.05  ‘런치박스’ - 따스한 시선이 밥이고, 소소한 이야기가 반찬이다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68
9 2573호 2019.12.15  ‘라스트 홀리데이’ - 지금, 용기의 나무에 꽃을 피우자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57
8 2568호 2019.11.10  "나의 마지막 수트" - 잊는다는 것과 잊혀진다는 것은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78
7 2563호 2019.10.06  ‘이타미 준의 바다’ - 따뜻하게 마음까지 달군 그의 사랑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79
6 2558호 2019.09.01  “스탠바이, 웬디” -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시간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32
5 2552호 2019.07.21  "프리다의 그해 여름" - 나의 그해 여름은 어땠는지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85
4 2547호 2019.06.16  "인생후르츠" - 자신과 가족을 위한 작은 세상 file 이미영 체칠리아  576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