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27호 2019.0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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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미영 체칠리아 |
"성 필립보 네리" - 내가 만난 하늘나라
■ 감독 : Giacomo Campiotto ■ 2010년작
빨간 수첩에 새해 계획을 적는다.
‘성경 공부를 하고, 쓰다만 이야기도 마무리 짓고. 성체 조배도 하고….’ 이런 계획은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선교를 하기 위해서 인도로 가려 했던 필립보 네리도 그랬다. 로마에서 계속 만나게 되는 거리의 아이들. 그에게 인도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어린이를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필립보 네리는 마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아이들을 정성껏 보살핀다. 아이들과 부랑아들이 모여든다.
하늘나라는 멀리 있지 않다. 아이들의 눈과 마음속에 있고, 기쁘게 사는 사람들 속에 있다. 아주 가까이에 있지만 보려고 하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다.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이 내 안에도 있었다. 어려움을 지혜롭게 해결해가는 피에로토와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꾸 위로만 올라가려는 아우렐리오. 주워 담기 힘든 입방아를 찧고 고해성사를 보는 갈리스토 부부. 이 모습들이 바로 내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이었다.
영화는 복음대로 산 필립보 네리를 통해 주님을 만나게 했다.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필립보 네리는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도 웃었다. 아이는 그의 얼굴에서 필립보 네리가 하늘나라에서 살아있음을 알고 환호했다.
나는 생각한다. 기쁘게 살면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을 담고 잘 달리면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 이미영 체칠리아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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