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11호 2020.08.23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동동의 여름방학’ - 자신에게 싱그러운 여름방학을 선물하라고.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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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과 팅팅이 타고 가는 
기차에 오르면 그 어린 날 여름방학을 만날 수 있을까?

 
  여름방학이다. 동동의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있다. 동동과 여동생 팅팅은 삼촌을 따라 시골 외가댁으로 간다. 영화는 방학 동안 외가에서 보내는 동동의 일상을 담아낸다. 
 
  대만의 시골 풍경도 우리나라의 70년대와 비슷하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우정은 맑다. 동동의 무선 자동차와 바꾼 시골 아이의 거북이. 갖고 싶은 것을 바꾸며 쉽게 친해진다. 자동차처럼 빠른 도시 속도와 거북이처럼 느린 시골의 정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오빠를 따라다니고 싶은 팅팅과 동생을 떼어놓으려는 동동. 동동과 친구들은 냇가에서 벌거벗고 놀 때 팅팅은 그들의 옷을 물에 빠뜨린다. 그들은 물에 뜬 쇠똥을 피해 나왔지만 옷이 없다. 커다란 이파리로 몸을 가리고 집으로 달리는 아이들. 혼자 돌아가다가 기찻길에 넘어진 팅팅을 구해준 건 미친 여자 한즈. 삼촌과 여자 친구의 혼전임신. 강도질을 한 나쁜 사람을 친구라고 숨겨주는 삼촌….
 
   소소한 사건들은 풀냄새와 매미 소리 속에서 일어난다. 정겨운 장면마다 동동은 거기에 있다.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본다. 
 
   감독은 과거를 통해 지금을 바라보라고 푸른 여름의 아이들을 물가에 내려놓았는지 모른다. 자동차로 급히 달려오느라 마음 한구석에 쟁여놓은 잃어버린 여름을 기억하라고. 그 어린 날 미루나무 아래의 동동과 팅팅을 만나보라고. 마음의 근육이 필요한 모두에게 건네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싱그러운 여름방학을 선물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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