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쑴! 히로시마

가톨릭부산 2015.11.06 02:40 조회 수 : 139

호수 2277호 2014.06.15 
글쓴이 김기영 신부 

앗쑴! 히로시마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언젠가 오사카 관구 사제회의 때, ‘聖召-성 ’라는 주제로 5개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한자리에 모여서 열띤 토론과 회의를 가졌다. 먼저 그룹을 나눠서 지역, 단체, 연령별로 성소 부족의 원인을 찾아내고, 기존의 양성 시스템을 보완하고, 체계화하자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또한, 초빙된 청년들이 만든 콩트에서 오늘날 일본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사제직이 어느 정도 매력적으로 어필되고 있는지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늘 그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한 사제들에게 실망스러워했고,“신부님들 제발 체력 좀 키우세요!”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미 연로하신 신부님들의 얼굴에는 그들에게 미안한 표정만 가득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도 히로시마 교구에서는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작년 신앙의 해 폐막식을 계기로 주교님이 예비 신학교 발족을 선언하셨다. 사실 최근 2명의 새 사제 서품을 제외하고, 과거 16년간 히로시마 교구의 사제 성소는 메말라 있었다.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가정, 학교의 신앙교육 부족과 주일학교의 운영부족을 꼽았다. 부르심은 분명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그 성소자를 양성할 책임은 교회에 맡겨져 있다. 돌아보자면 참으로 가슴 아플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그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뒤따라야 했다. 언제라도 하느님께서 성소의 씨앗을 주실 때, 교회가 건강한 모태를 가지고 있도록 말이다. 그 대안으로 히로시마 교구는 자매 교구인 부산의 예비 신학교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실 지금도 나가사키에는 소신학교가 있어서 중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제직을 준비하고 있지만, 위쪽 지방으로 올라올 수록 교회 내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특히나 아직 어린 자식들을 덜컥 교회에 내맡길만한 공감대도 부족하다. 하지만 한 두 달에 한 번 성당에서 1박 2일 합숙을 하며 학생들이 자신들의 성소를 발견하도록 시간을 갖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유익하고, 또 부모들에게도 꽤나 설득력 있는 솔깃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제 멍석은 깔렸다. 곧 개학을 앞둔 예비 신학교의 알맹이는 노틀담 수녀회 종교 교육부에서 주도하는 실천교리교육이 될 것이다. 지난 2월, 교사양성을 위해서 5명의 신부들이 부산을 방문해서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강사 수녀님 두 분을 히로시마로 초빙, 2박 3일간 10개의 워크숍을 소화하며 집중 강좌를 받았다. 아마도 시작하는 단계라 많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강좌를 마치며 하신 수녀님 말씀대로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더라도 아무것도 남지 않음은 자명한 이치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지만, 자매 교구의 이 위대한 도전을 힘껏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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