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초대는 소리 없이

가톨릭부산 2015.11.06 01:36 조회 수 : 23

호수 2226호 2013.07.28 
글쓴이 김기영 신부 

구원의 초대는 소리 없이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얼마 전 주일 미사 때였다. 갑자기 본당 회장님이 미사 중에 다급히 성당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미사가 끝나고도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연락이 왔는데, 고령의 어머니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혼수상태라는 것이다. 더욱이 주치의 말로는 깨어나실 가망이 없으니 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것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같았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가시는 길에 어머니가 영세를 받을 수 있도록 가족들을 설득해보라는 말을 했다. 아마 힘들 거라는 대답을 했다. 그것도 그런 것이 회장님의 집안은 불교였고, 당신들은 성당에 가는 것을 완고히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다름 아닌 미사 중에 일어났고, 분명 은총으로 이끌어 주시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재삼 어머니의 영세를 위해서 가족과 친지들을 설득해보라고 부탁을 했다. 눈물로 호소하는 딸자식의 호소에 하늘도 감동했던 것일까? 가족과 친지 모두가 “네가 좋다면 그렇게 하라”는 대답을 들었고 그 완고하던 아버지마저 “마누라가 천주교 천당을 간다면 나도 같이 가야지” 하면서 당신도 영세를 받겠다고 말을 했단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온통 눈물바다가 되어있는 병실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제대를 꾸몄다. 혼수상태의 어머니에게는 조건부 긴급세례와 견진을, 묵묵히 옆에 서 있던 아버지에게도 똑같이 성사의 은총을 베풀었다. 

장례 예식이 다 끝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그다음부터 아버지가 매주 주일미사에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오랜 기간 냉담하고 있었던 손녀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다. 사실 이 회장님의 딸 때문에 긴 시간 마음고생을 많이 해왔다. 성당에 젊은이가 전무하다시피 한 이 공동체에 어떻게든 이 친구를 이끌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완고함과 도도함에 언제나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네가 운전해서 데려다 주지 않으면 나도 성당에 안 가겠다”고 생떼를 쓰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어렵사리 성당에 나오고는 있지만, 언젠가 손녀도 할아버지의 마음을 힘 있게 이끄시는 예수성심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그분의 마음에 다가가리라 믿는다.

더불어, 그 동안 어려운 가운데에 꿋꿋이 신앙을 지켜 오신 회장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 일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한 개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모두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당신의 뜻을 확연히 드러내 보여주셨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사도16,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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