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오신 때

가톨릭부산 2024.04.24 10:43 조회 수 : 0

호수 2810호 2024. 4. 28 
글쓴이 최옥 마르타 
나를 찾아오신 때
 
 

최옥 마르타
이기대성당 · 시인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셨다. 그때 예루살렘을 향하여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루카 19,44)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주님께서는 분명 나에게도 가끔, 혹은 자주 찾아오셨을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셨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른 새벽,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뜨게 되면 그것은 주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라고 했다. 묵상하기 좋고 기도하기 좋은 고요한 시간, 이불 속에 누워서 쓸데없는 잡념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면 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셨다가 실망하며 가셨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 망설이다가 모른 척 지나쳤다면 주님께서 내 손이 필요해서 찾아오셨다가 슬퍼하며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기도가 필요한 사람을 무심함으로 지나쳤다면, 지하도 계단을 오르는데 소쿠리를 앞에 두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린 저 사람, 그는 지폐 한 장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인데 귀찮아서 혹은 쑥스러워서 그냥 지나쳤다면...  
 
   이렇게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나를 찾아오셨겠지만 무시했을 수도 있고, 어리석고 부족해서, 혹은 둔하고 무뎌서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약 내 삶을 하느님 저울에 달아본다면 주님 쪽으로 기울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느 날 주님께서 “너의 날 위에 단 하루도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면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내 영혼 상태를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 시간은 아침기도, 저녁기도 시간이 되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나를 들여다봐야 했다. 나도 모르게 교만, 위선, 이기심, 욕심, 편견, 판단, 어리석음에 빠져있는 내 영혼을 회개로써 구해야 했다.  
 
   이다음 죽어서 하느님 대전에 엎드렸을 때, 내가 정말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은 무엇일까. 신앙생할을 하면서 얼마나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개인적인 시간을 아껴서 얼마나 봉사했는지,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순간 기도로 간구했는지 물어보신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준비하면서 살아야겠다. 
 
   삶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만만치 않은 모서리 속에서, 나를 지켜주시던 주님의 사랑은 위대하고 컸다. 또한 나를 아프게 하고, 남을 아프게 하던 모서리가 그분으로 인하여 조금씩 깎여서 둥글게 변화될 때 그것이 바로 주님을 기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님께서 찾아오신 때를 놓치지 않고 잘 영접하는 삶이 되기를 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10호 2024. 4. 28  나를 찾아오신 때 최옥 마르타 
2809호 2024. 4. 2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1차 성소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808호 2024. 4. 14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창식 프란치스코 
2807호 2024. 4. 7  나의 행복 리스트 한미현 에스텔 
2806호 2024. 3. 31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탁은수 베드로 
2804호 2024. 3. 17  뿌리 찾기와 순교자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03호 2024. 3. 10  참 삶의 길 윤경일 아오스딩 
2802호 2024. 3. 3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유효정 마리스텔라 
2801호 2024. 2. 25  일상 속 작은 실천 김도아 프란체스카 
2799호 2024. 2. 11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손주희 레지나 
2798호 2024. 2. 10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2796호 2024. 1. 28.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조수선 안나 
2795호 2024. 1. 21  연중의 삶 속에서 강은희 헬레나 
2794호 2024. 1. 14  새 사제 모토 및 감사인사 file 가톨릭부산 
2793호 2024. 1. 7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박수현 가브리엘라 
2791호 2023. 12. 31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우세민 윤일요한 
2785호 2023. 11. 26  제39회 성서 주간 담화 (2023년 11월 26일-12월 2일) 신호철 주교 
2783호 2023. 11. 12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최재석 사도요한 
2782호 2023. 11. 5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file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2781호 2023. 10. 29  아버지의 이름으로 탁은수 베드로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