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에
이명순(마리아 막달레나) / 노동사목 상담실장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열린 ‘이주민과 함께 하는 다문화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노래자랑도 하는데 노동사목에 오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대회에서 노래를 한다고 저도 오면 좋겠다는 겁니다.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다른 곳에서도 다문화 축제를 했다는 소식이 전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이주민 120만 명의 시대이고 더 이상 ‘다문화’라는 말은 낯선 말이 아닙니다. ‘다문화 가정 상담사’라는 직업도 새로 생겼습니다. 결혼이민자에게 한국어와 컴퓨터를 가르치고 가족교육을 시행하는 등 정부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이 계속 늘어납니다.
저는 노동사목에 몸담고 있으면서 국적에 관계없이 노동자와 임금 체불, 산업 재해, 부당 해고 등의 문제를 마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주일에 베트남어와 영어 미사를 하는 가톨릭 이주민 교회의 일꾼이기도 하기에 이주민들이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할 땐 같이 해결책을 찾습니다. 노동 문제 뿐 아니라 부부, 체류, 육아 문제도 자주 듣게 됩니다. 얼마 전 한국에 시집온 지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여성 소식으로 전국이 시끄러웠는데요, 다문화 가정 문제를 상담 받다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고통에 놓인 사람이 많음을 알게 됩니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런데 도움이 필요할 때 발 벗고 도우려는 다문화 단체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풍요 속의 빈곤입니다.
이주민이 한국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 때 자국의 공동체가 조직되어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 중 하나가 가톨릭센터입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이웃과 친해지면서 자기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이혼의 위기에 노동사목을 통해 화해를 한 이주여성이 전화를 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래만이지요. 지금 남편이랑 참 좋아요. 남편이 교리공부 받아요. 지금 성당 다니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런 가정 옆에 좋은 한국 언니, 엄마가 친정식구처럼 계시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그런 인간 관계가 가능한 곳이 본당공동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본당 신자께서 같은 성당에 다니는 이주민의 문제로 주시는 전화를 자주 받습니다. 혹시 용기 내어 본당에 발걸음 하는 다문화 가정을 보신다면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따뜻한 환대를 경험할 때 의지할 곳 부족한 그들이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이웃으로서 이주민과 살아간다면 다문화 사업이 다문화의 삶으로 바뀌어 이주민, 한국인 구분 없는 세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